[사커피플] 최문식 대전감독 “강등 내 탓…다시 도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26일 05시 45분


대전 최문식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대전 최문식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시즌 중간 선수단 물갈이로 반전 시도
조급함에 실패했지만 선수들 성장 확인
안정된 수비력 갖춰 ‘클래식 복귀’ 준비


“언젠가 그 순간이 올 수 있다는 생각은 했는데…. 막상 맞으니 따끔하네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클래식(1부리그) 대전 시티즌은 21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37라운드 홈경기에서 0-2로 패배, 4승7무28패(승점 19)로 남은 1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2016년 챌린지(2부리그) 강등을 확정했다. 2014시즌 챌린지 우승과 함께 승격의 기쁨을 맛본지 한 시즌만에 다시 강등이 결정됐다.

대전은 시즌 초부터 끝 모를 추락을 거듭했다. 반전을 위해 지난 5월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였던 최문식(44·사진) 감독을 영입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뭔가 해볼 틈이 없었다. 나름 성공적인 이력을 써 내려가던 최 감독에게도 지독한 아픔이었다. 프로 사령탑 데뷔 첫 시즌, 정확히 말하면 불과 6개월여 만에 경험한 참담함이었다. 25일 “전부 내 탓이다. 뭔가 결실을 내야 한다는 생각에 조급함이 앞섰다”며 올 시즌을 되돌아본 그는 “내성을 키워 당당하게 클래식에 다시 도전 하겠다”며 주먹을 쥐어 보였다.

-기대이하의 결과다.

“막상 (강등을) 경험하니 좀 아프다. 내가 제대로 못해서다. 현실적으로 봐야 했는데 지나치게 이상적인 부분을 봤다. 시즌 중간에 선수단을 대거 물갈이해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어떤 부분이 가장 아쉬운가.

“좋은 축구를 하고 싶었다. 보기 좋은 축구, 재미있는 축구를 생각했다. 그러나 팀 성적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초반부터 너무 격차가 벌어져 빨리 따라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조급함이 생겼다. 기술도 좋지만 피지컬과 안정이 뒷받침되지 않은 기술축구는 크게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걸 다시 절감했다.”

-큰 폭의 변화가 독이었을까.

“뿌리 깊은 패배의식을 떨쳐야 했고, 동시에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가야 했다. 마지막 힘이 부족했다. 전북현대 수원삼성 등 상위팀과 경기를 했을 때는 특히 안정이 필요했다. 당장 해결할 수 없지만 조금 더 시간이 주어졌다면 차츰 변화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최 감독은 부임하면서 “대전을 FC바르셀로나(스페인)처럼 매력적인 팀으로 바꾸겠다”는 이상을 전했다. 그러나 무리였다. 질 때 져도 0-3이 아닌, 2-3까지 따라붙는 팀 컬러는 생겼으나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희망도 찾았을 텐데.

“10월 들어 2연승을 하는 등 분명 달라지는 모습이 엿보였다. 물론 앞선 경기들도 결과가 따라주지 않았을 뿐, 내용은 챙긴 경우가 많았다. 이럴수록 조급함을 버렸어야 했는데…. 승점을 추가할 기회를 번번이 놓쳤지만 우리도 도전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새 시즌 대비가 중요해졌다.

“체력이 뒷받침되고 뒷문이 묵직해지면 대전은 충분히 강해질 수 있다. 겨울이적시장 때 이 점에 중점을 두고 팀을 꾸리려 한다. 수비진 보강이 가장 중요하다. 기술적인 요소는 먼저 팀의 골격을 완성시킨 뒤 조금씩 살을 붙여가도 늦지 않다.”

대전은 올 시즌 37경기에서 31골을 넣고 70실점을 했다. 경기당 1골도 넣지 못한 반면, 실점은 2배 이상이다. 11위 부산 아이파크(승점 26)를 목표로 한창 생존의 희망을 부풀릴 때도 최대 아킬레스건은 지나치게 허약한 뒷문이었다. 쉽게 골을 내주고, 어렵게 따라붙는 경기들이 되풀이되면서 대전은 탄력을 잃어갔고 ‘이도저도 아닌’ 팀이 돼 버렸다.

-챌린지에 맞는 팀, 클래식에 어울리는 팀은 다른데.

“일단 길게 내다보고 싶다. 황인범, 서명원 등 젊은 친구들이 한 단계 성장한 과정을 보면서 1년 후에는 더욱 큰 선수가 될 것 같다는 믿음이 생겼다. 꾸준히 떡잎들이 성장해 과실을 맺는 포항 스틸러스 유스도 그렇게 키웠다. 마음이야 당장 큰 선수를 사들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철두철미한 선수보강 작업과 알찬 동계훈련이 병행되면 다시 올라서고, 그 이후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팀이 될 수 있다.”

-챌린지에서는 어떤 팀으로 바뀔까.

“당초 ‘골을 많이 넣는’ 팀을 만들고자 했다. 지금은 조금 방향을 수정했다. 먼저 골을 덜 내줘야 결과도 얻을 수 있다. 안정된 수비력을 갖추되, 보다 두드리는 팀으로 바꿔갈 생각이다. (팬들도) 좀 더 인내하며 달라질 우리 모습을 기대해줬으면 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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