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용車 年1000만원 비과세案, 국회서 퇴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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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처리 기한 늘려 실효성 없어… 조세소위, 기재부 법안 수정 요구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업무용 차량의 과세 수정법안이 사실상 국회에서 ‘퇴짜’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이 복잡한 데다 고가의 업무용 차량이 받는 과도한 세제 혜택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 빠졌다는 이유다.

25일 국회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재부는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 업무용 차량의 과세방안 수정안을 제출했으나 합의하지 못했다. 기재부의 수정안이 고가의 업무용 차를 악용한 세금 탈루와 조세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업무용 차 과세 혜택 논란의 핵심 중 하나는 수억 원에 이르는 고가의 승용차가 일반 국민의 인식에서 과연 업무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고소득자들이 단순 출퇴근용으로 수억 원의 고급 승용차를 운행하면서도 세제 혜택을 받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기재부가 국회에 제출한 수정안은 ‘임직원 전용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면 별도의 운행일지가 없어도 연 1000만 원까지는 경비로 인정받도록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차량구입비에 대해 5년 만에 전액 경비처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수정안은 이 기한을 없앴다.

결국 고가의 업무용 차량도 매년 차량구입비를 이월하다보면 전액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사실상 현행 제도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가령 2억 원짜리 차량은 기존에는 5년에 걸쳐 차량구입비에 대한 세금 혜택을 모두 받았다. 수정안은 이를 매년 1000만 원씩 20년에 걸쳐 차량구입비를 분할해 계산하더라도 세금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중간에 이 차를 5000만 원에 매각하더라도 차액(1억5000만 원)에 대해서는 15년에 걸쳐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업무용으로 사용하면 경비로 인정해준다’는 대원칙을 기재부가 고집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업무용’을 입증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가 운행일지 기재인데, 수백만 대에 이르는 업무용 차의 운행일지가 허위로 기재됐는지를 적발하는 게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과 김동철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은 차량구입비에 대해 최대 4000만 원까지만 경비로 인정하자는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기재부는 통상 마찰을 우려해 차량구입가에 상한선을 두기 힘들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박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통상전문가인 김종훈 의원은 “모든 차량에 적용되는 경비처리 한도를 설정하는 것은 정당한 조세정책으로서 이미 발효된 자유무역협정(FTA)의 위반 여부를 논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국회#비과세#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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