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男’다른 길에서 우먼파워… 섬유업계서 반짝반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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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선㈜

이화선 대표
이화선 대표

“금사와 은사처럼 반짝이는 실을 일컫는 메탈릭사(絲)는 넥타이와 스카프 등의 좋은 소재가 됩니다. 고전과 현대가 어우러진, 세상에 없는 독창적인 제품으로 섬유업계에서 틈새를 파고들고 있지요.”

자신의 이름을 딴 섬유브랜드 화선㈜(www.hwasun88.com)을 이끄는 이화선 대표는 편한 길보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택해 성공을 거머쥔 맹렬 여성 최고경영자(CEO)다. 아담한 체구, 나이보다 앳된 얼굴에서 전해져 오는 부드러운 첫인상과 다르게 그녀는 자타가 공인하는 슈퍼우먼. 2000년 설립된 화선은 메탈릭사에 폴리에스테르 등 원단을 접목해 톡톡 튀는 제품들을 선보이는 제직업체다.

1988년 설립된 화선금사를 전신으로 하는 유라금사의 패밀리 기업이기도 하다. 화선은 경주에서 열린 ‘신라 소리축제 에밀레전’에서 특별기획으로 ‘신라표’를 제작해 선보인 바 있으며 한국의 전통문양을 다양한 패션 스타일로 승화시킨 99칸 한옥시리즈와 대구의 모노레일인 ‘SKY RAIL(하늘열차)’ 등 다양한 콘셉트로 넥타이, 스카프 등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 대표는 한국의 기와는 “겸허한 여인의 눈매처럼 고즈넉한 아름다움이 한국의 미를 대표한다”고 말한다. 99칸 한옥시리즈 넥타이는 여성발명대회에서 우수한 수상실적을 거뒀을 정도로 반향을 일으켰다. 대부분의 패션액세서리 소재는 폴리에스테르 필름에 알루미늄 가공을 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지만 화선은 순은을 증착하는 제조방식을 고집한다. 독특한 아이덴티티가 입소문 나면서 특별한 마케팅 없이도 외국 바이어들까지 끌어당기고 있다.

제조업체 CEO는 대부분 남자라는 인식을 깨고 맡은 분야에서 거물이 된 여성 CEO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신뢰일 터. 이 대표의 성품과 인상에는 30년 넘도록 오랜 세월 거래 고객들과 쌓아온 신뢰가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그 신뢰는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봉사활동과 문화행사의 후원으로 이어져 기업과 문화의 가교가 되고 있다.

“문화의 융성이 곧 기업이 바라는 바람직한 사회”라는 말에서 이 대표의 문화와 기업에 대한 철학을 읽을 수 있다. 이 대표는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최선을 다해 차별화된 제품을 만든다면 고객이 알아서 우리를 찾아올 것이라고 믿었다”며 “내년에는 현재 기획하고 있는 신제품들의 상품화 전략으로 매출 목표를 올해보다 100% 이상 늘려 잡았다”고 밝혔다. 잠을 안 자고라도 ‘납기와 신용’은 철저히 지킨다는 이 대표는 소재와 디자인의 각축장인 섬유업계에서 금사와 은사처럼 눈부신 빛을 발하고 있었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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