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OEM업체 고사 위기… 불합리한 행정규제 개선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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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윈스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제도… 자율경쟁에 맡겨야 바람직

수주물량 감소로 생산라인이 멈춰있는 OEM·부품업체의 현장사진
수주물량 감소로 생산라인이 멈춰있는 OEM·부품업체의 현장사진
“중소기업을 살린다는 취지로 도입한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제도’(이하 ‘중기간경쟁제품’)가 오히려 또 다른 중소기업을 죽이는 폐해가 되고 있습니다. 경쟁제품 지정 후인 2012년 이후 OEM, 부품 중소기업은 사업 존폐의 기로에 처했습니다.”

업종에 대한 이해 없이 추진되는 중소기업 중기간경쟁제품 제도가 오히려 대·중소기업의 상생 기반을 붕괴시키고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동섭 회장
김동섭 회장

김동섭 ㈜컴윈스(www.comwins.com) 회장은 19일 “중소기업 보호를 명분으로 도입한 정책으로 오히려 관련 시장의 경쟁력 저하와 일부 중소기업에만 과실을 몰아주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대기업의 OEM업체라는 이유로 외면받고 있는 중소기업도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규제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기간경쟁제품 제도는 대기업의 공공조달 입찰 참여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도입한 제도다. 문제는 경쟁제품 지정 후 대기업 매출은 증가세가 둔화했거나 감소세로 전환했고, 일부 중소기업에만 특혜가 돌아가는 등 제도 시행 전과 비교해 뚜렷한 변화가 관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정부 정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은 4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의 대표적인 무역장벽으로 적시하기도 했다. 엉뚱한 행정규제가 결국 또 다른 중소기업의 고사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국제적 망신까지 부른 셈이다.

김 회장은 “중기간경쟁제품 지정 이후 대기업 OEM, 부품 협력사 매출 및 고용 인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폐업도 속출하고 있다”며 “중기간경쟁제품 제도의 근본 취지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유도하는 것인데, 이런 현상은 제도의 취지가 제대로 구현되고 있지 않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현재 대기업에 데스크톱 부품을 OEM 방식으로 납품하는 21개 중소기업 단체인 ‘데스크톱 OEM·부품 중소기업협의회’(OEM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데스크톱과 일체형 PC에 대한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 지정이 3년 차를 맞은 가운데 다음 달 말 재지정 여부가 결정된다. 현재 공공조달 시장 사업권을 두고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데스크톱 조달시장은 중소기업 상위 5개 업체가 물량의 86%를 독식할 정도로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은 “데스크톱 OEM·부품 중소기업협의회 회원사들의 매출은 제도 시행 전보다 올해 평균 52.6% 감소가 예상되고 상반기에만 고용 인력도 전년에 비해 45%나 줄었다”며 “조달시장 참여가 제한되면서 물량이 줄어 지난해에만 두 곳이 폐업했다”고 전했다.

대기업 데스크톱PC 제품은 OEM업체가 완성품을 생산하고 판매원만 대기업 브랜드로 판매하는 형식으로 제품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대기업 참여 규제 시 OEM·부품 협력업체가 피해를 보고 있다. 데스크톱PC가 경쟁 제품으로 재지정될 경우 나머지 OEM업체도 밥그릇이 사라져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값싼 중국 수입품이 판치고 기술 경쟁력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수주물량이 대폭 줄어 생산라인이 일부 멈춰 선 OEM·부품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김 회장은 “경쟁 제한 제도의 타당성부터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전면 개방이 어렵다면 일정한 제한(쿼터)을 두고 대기업도 참여 가능한 시장경쟁 체제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중소 OEM 업체의 판로 보호를 위해 50%는 중소기업 제품으로 지정하고, 나머지는 자율시장에 맡겨 공정한 경쟁이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호소했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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