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작품안에 담긴 커피는 단순한 커피의 맛 그 이상이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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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프란체스코 일리 ‘일리’부회장 인터뷰

백남준 작가와 일리가 협업한 에스프레소 잔(1995년 발매). 전자파동의 이미지, 백 작가가 캔버스 삼은 텔레비전 스크린 등이 그려져 있다.
백남준 작가와 일리가 협업한 에스프레소 잔(1995년 발매). 전자파동의 이미지, 백 작가가 캔버스 삼은 텔레비전 스크린 등이 그려져 있다.

“백남준 작가가 지금 저를 인터뷰하고 있는 기자와 성(姓)이 같네요.”

이탈리아의 커피 브랜드 ‘일리’의 부회장 프란체스코 일리 씨(62)가 기자의 영문 명함을 보며 활짝 웃었다. 백 작가에 대한 그의 회상이 시작됐다. “백남준 작가와 협업 작업을 하면서 저는 그의 창의성과 재치에 매우감동 받았습니다. 여러 작가들과 작업했지만 아직도 백 작가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탈리아 일리 커피의 부회장 프란체스코 일리 씨.
이탈리아 일리 커피의 부회장 프란체스코 일리 씨.

18일 한국을 찾은 일리 씨는 1933년 일리 커피를 세운 프란체스코 일리 씨의 맏손자이다. 인터뷰는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진행됐다. 일리 씨는 1992년 직접 아이디어를 내 에스프레소 잔에 일리의 브랜드 상표가 아닌 유명 현대 작가들과 협업한 작품을 넣었다. 비디오아트의 대가인 백 작가를 비롯해 팝 아트의 로버트 로션버그, 조각가 키키 스미스 등 현대 미술사의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참여했다. 23년간 계속된 협업 작업에 100명 이상 되는 작가들이 참여했고 그들이 내놓은 에스프레소 잔만 봐도 현대 미술의 흐름을 개괄적으로 볼 수 있을 정도다. 올해 일리와 같이 협업한 작가는 비틀스 멤버 존 레넌의 아내 오노 요코 씨다.

일리 씨는 왜 예술가들과 협업 작업을 할 생각을 했을까. 그는 이 질문에 대해 ‘인간의 무의식’이란 심리학적 용어로 설명했다.

“수많은 상품들의 기호가 넘치는 현대 사회에서 ‘일리’란 상표가 컵에 찍혀 있어도 고객들은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컵에 백 작가의 작품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분명 고객들은 백 작가의 작품에 집중 하다 마시고 있는 커피, 더 나아가 커피 회사의 철학까지 이해하게 될 겁니다. 단순히 마시는 커피가 아닌 사람의 감성으로 접근하는 것이죠.”

이탈리아는 유럽에 처음 커피가 소개된 곳으로 다양한 커피 문화가 만들어진 곳이기도 하다. 에스프레소, 카푸치노, 마키아토, 아메리카노 같은 커피 명칭도 전부 이탈리아어에서 나왔다. 일리 씨의 할아버지인 창업자 일리 씨는 1935년 이탈리아에서 자동화 에스프레소 기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현재 커피숍에서 쓰는 에스프레소 기계의 원형이 된 이 자동화 기계의 출현으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이탈리아인들이 늘어났다.

그렇다면 일리 부회장이 생각하는 가장 맛있는 커피는 무엇일까.

“단연 에스프레소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커피지만 에스프레소만큼 커피 본연의 맛을 잘 전달해 주는 것도 드뭅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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