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방’ 너무 우려먹는다 했더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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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쿡방’ 제살깎기

지상파, 종편, 케이블에서 방영 중인 요리 프로그램들. 위부터 올리브TV·tvN ‘아바타 셰프’, SBS PLUS ‘강호대결 중화대반점’, SBS ‘백종원의 3대 천왕’, JTBC ‘냉장고를 부탁해’. 각 방송사 화면 캡처
지상파, 종편, 케이블에서 방영 중인 요리 프로그램들. 위부터 올리브TV·tvN ‘아바타 셰프’, SBS PLUS ‘강호대결 중화대반점’, SBS ‘백종원의 3대 천왕’, JTBC ‘냉장고를 부탁해’. 각 방송사 화면 캡처
TV 예능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쿡방’(요리프로그램)의 ‘약발’이 최근 떨어지고 있다. 현재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케이블에서 방영 중인 쿡방은 20여 개에 달한다. 여기에 현재 기획 중인 쿡방까지 합하면 방송사마다 2, 3개 프로그램씩 될 정도다. 하지만 쿡방이 난립하면서 비슷비슷한 포맷과 중복 출연 등의 문제로 시청자의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

새로 시작한 쿡방의 부진한 성적이 그 방증이다. tvN·올리브TV는 11일 ‘아바타 셰프’를 시작했고 SBS PLUS는 지난달 17일부터 이연복 셰프 등 오랜 경력의 중화 요리사 4명이 대결을 펼치는 ‘강호대결 중화대반점’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 프로들의 시청률은 1%대에 그치고 있다.

‘아바타 셰프’는 셰프가 요리를 만드는 대신 일반인 출연자에게 원격지시를 내려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엇박자를 재미의 포인트로 삼았다. 하지만 셰프와 요리 초보자의 구도는 이미 ‘집밥 백선생’ 등 여러 프로에서 활용하고 있다. 아바타 콘셉트 역시 2010년 MBC ‘일요일일요일 밤에-뜨거운 형제들’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호대결…’은 올리브TV의 ‘한식대첩’ 등에서 봤던 음식 대결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프라이팬의 조리법을 느린 화면으로 비춘다거나 셰프들이 시간제한 속에서 촌각을 다투며 요리하는 모습도 이미 기존 쿡방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쿡방이 범람하면서 쿡방 열풍을 일으킨 프로그램들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는 8월 말 7.4%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뒤 최근에는 시청률 4%대에 머물고 있다. 남자들도 쉽게 만들 수 있는 일상 요리를 선보여 인기를 모은 tvN의 ‘집밥 백선생’도 9월 초 최고 시청률 7.8%를 기록한 이후 5% 초반대로 떨어졌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초기 백종원 신드롬에 힘입어 시청률이 10%까지 올랐으나 그가 떠난 뒤 다른 셰프들의 투입에도 불구하고 6%까지 내려앉았다. 백종원은 8월 하순부터 SBS에서 맛집 찾기, 먹방, 쿡방을 모두 리믹스한 ‘백종원의 3대 천왕’을 선보였으나 시청률이 5∼7%를 오가며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야생요리를 만드는 MBN의 ‘야생셰프’가 29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고 올리브TV는 ‘마스터 셰프 코리아’ 시즌 4를 1년 반 만에 준비 중이다.

전문가들은 쿡방 같은 특정 소재를 다룬 프로그램이 넘쳐날 경우 해당 프로그램들이 쇠퇴의 길을 걸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한 트렌드가 공급 과잉이 되면 사람들이 이내 싫증을 느끼면서 트렌드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제 살 깎아먹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몇 년 전 오디션 프로에서 그런 현상이 나타났고 최근에는 쿡방에서도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정훈 서울대 푸드비즈랩 소장(농경제사회학부 교수)은 “앞으로 독특함과 신선함을 유지하지 못하는 쿡방은 자연스럽게 경쟁력을 잃고 교통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쿡방#냉장고#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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