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뚫고… 수비크조선소 6년만에 100척 건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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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필리핀 조선소 가보니

필리핀 수비크경제자유구역 내 한진중공업 수비크조선소 안벽(배가 접안하는 벽)에 20만 t급 벌크선이 계류돼 있다. 한진중공업 제공
필리핀 수비크경제자유구역 내 한진중공업 수비크조선소 안벽(배가 접안하는 벽)에 20만 t급 벌크선이 계류돼 있다. 한진중공업 제공
24일(현지 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북서쪽으로 110km 떨어진 거리의 수비크경제자유구역(SBFZ) 내 한진중공업 수비크조선소. 선체 블록 공장과 10만 t의 강재가 쌓여 있는 하역공장을 지나 6독(dock)에 도착했다. 길이 550m, 폭 135m의 6독은 세계 최대 규모다. 이곳에선 수비크조선소가 그리스 코스타마레사로부터 수주한 1만1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건조 작업이 한창이었다. 수비크조선소가 완공된 지 6년 만에 100번째로 건조에 착수한 선박이다. 국내 조선소 해외법인 중 신조선 건조로 100척을 달성한 곳은 수비크조선소가 처음이다.

100호 선박은 9일 1호 블록을 독에 넣는 기공식을 계기로 본격 건조에 착수해 현재 230개 블록 중 선체 머리 부분의 80개 조립이 완료됐다. 양영수 수비크조선소 부장은 “내년 1, 2월 진수(독에서 작업 중인 선박을 물에 띄우는 작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비크조선소는 총면적이 304만 m²로 필리핀 최대 조선소다. 현재까지 인도한 선박은 총 95척, 금액으로는 52억 달러(약 6조 원) 이상이다.

수비크조선소는 초기 4300∼6600TEU급 컨테이너선, 중형 원유운반선과 벌크선을 주로 건조했다. 2013년 기술력을 축적해 대형 선박으로 영역을 넓혔고 지난해 3만8000m³급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을 수주하며 고부가가치 선박에도 진출했다. 올해 4월엔 프랑스 최대 해운사 CMA-CGM으로부터 2만6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 운반선 3척을 수주해 내년 착공한다. 길이 400m, 폭 59m, 깊이 33m로 현재까지 발주된 컨테이너선 중 세계 최대 크기이며 갑판 면적만 축구장 4개 넓이다. 현재 2만 TEU급 컨테이너선을 수주한 조선소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일본 이마바리조선밖에 없다.

한진중공업은 2005년 전후 조선업이 호황일 당시 10년 주기로 찾아오는 불황에 대비하기 위해 수비크조선소를 대안으로 찾았다. 1937년 지어진 부산 영도조선소는 면적이 26만 m²에 그쳐 건조 가능한 선박이 최대 5000TEU 수준이었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생산 능력 확대와 인건비 절감이 필요했다.

심정섭 수비크조선소 대표(사장)는 “수비크조선소의 1인당 생산 능력은 영도조선소 대비 50% 수준이지만, 인건비가 10분의 1에 불과해 이를 상쇄한다”며 “글로벌 조선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컨테이너선 중심의 수주를 강화해 2018년까지 물량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필리핀은 세계 4위 조선국이다. 필리핀 전체 수주량 중 수비크조선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75%나 된다. 수비크조선소에서 사용하는 기자재의 거의 대부분을 영도조선소에서 수입해 오기 때문에 수비크조선소는 부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심 사장은 “한진중공업은 수비크조선소를 조선 부문 핵심 사업장으로 육성하고, 영도조선소는 상선과 특수목적선에 집중하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세계적 조선사로 발전하겠다”며 “향후 해양플랜트로도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비크=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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