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손아섭, ML에 어필할 확실한 무기 없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25일 05시 45분


롯데 손아섭. 스포츠동아DB
롯데 손아섭. 스포츠동아DB
■ 포스팅에 왜 실패했나?

거포 유격수 강정호·50홈런 박병호와 차이
즉시전력감으로 ML유망주 넘는 경쟁력 부족
올해 FA시장에 정확도 뛰어난 외야수도 많아

꿈의 무대는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손아섭(27·롯데·사진)의 메이저리그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은 낮은 경쟁력, 부족한 정보와 시간 등을 도외시한 채 의욕만 보였다가 실패한 사례로 남게 됐다. KBO는 24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손아섭에게 포스팅 금액을 제시한 구단이 없다고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시간


뉴욕 메츠 프런트, 신시내티와 클리블랜드 스카우트 출신인 대니얼 김 SPOTV 해설위원은 “실제로 2개 구단이 손아섭에게 관심을 보였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 관심의 실체가 구단의 어느 선까지였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또 “류현진(LA 다저스)의 경우 2년간 많은 구단 스카우트가 집중 관찰했고, 구단 고위층이 직접 한국을 찾기도 했다. 강정호(피츠버그)와 박병호(넥센)도 마찬가지였다”며 “손아섭은 아시아 스카우트들의 레이더에는 있는 이름이지만, 포스팅 도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올 시즌 종료 후였다. 박병호를 보러 왔다가 우연히 손아섭을 본 고위관계자는 있었을 수 있지만, 결국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할 정도로 큰 필요성을 느낀 구단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 거포 아닌 교타자의 포스팅 도전


손아섭은 올 시즌 116경기에서 141안타(타율 0.317)에 13홈런을 쳤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더한 OPS는 0.878이다. 삼진(96개)은 볼넷(68개)보다 많았다. 수비는 국내 기준으로 어깨는 강하지만 포구 능력과 안전성에서 최고 수준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구단이 포스팅 금액을 지출하면서 적극적으로 영입하기에는 객관적으로 부족함이 컸다. 한 에이전트는 “국내에선 포스팅 금액 200만달러를 적게 생각하는 시선이 있지만, 메이저리그 구단에선 상위 라운드에서 지명한 정상급 유망주에게 주는 계약금이다. 20억원이 넘는 돈이다”고 지적했다.

메이저리그는 루키∼루키 어드밴스∼ 숏 시즌 A∼싱글 A∼하이 싱글A∼더블A∼트리플A로 이어지는 마이너리그 육성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중남미에서도 유망주 발굴을 위해 팀을 운영한다. 팀당 300명 이상이다. 미국대학체육협회(NCAA)는 2013년 기준으로 약 13만5000명의 야구선수가 고교를 졸업했고, 이 중 9271명이 대학에 진학하고 678명이 프로에 입단했다고 집계했다. 국내 시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특급 유망주가 메이저리그 각 구단에 소속돼 있다. 즉시전력이 돼야 하는 20대 후반의 해외리그 선수가 이적료를 수반한 포스팅을 거쳐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하려면 이런 수많은 유망주들을 뛰어넘는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

류현진의 경우 KBO리그를 완전히 지배한 왼손 선발투수였고, 강정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매우 드문 거포 유격수였다. 박병호는 시즌 50홈런을 치는 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메이저리그 구단이 경쟁적으로 영입경쟁을 펼쳤다. 그러나 손아섭은 자신을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는 기록적 특징이 없었다. 손아섭의 통산 기록은 올 시즌 성적보다 뛰어나다. 2007년 데뷔 이후 통산 타율이 0.323으로 매우 뛰어나다. 장타율 0.462와 출루율 0.398도 수준급이다. 18홈런을 친 시즌도 있었고, 시즌 36도루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윈터미팅 이전에 이뤄진 포스팅, 그것도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늦은 도전이 악영향을 미쳤다.

손아섭의 포스팅 실패에는 올해 메이저리그의 FA(프리에이전트) 시장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대니얼 김은 “미국 구단이 원하는 것은 역시 장타력이 뛰어난 거포다. 올해 FA 시장에 정확도가 뛰어난 외야수가 많은 점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 역대 2번째 ‘유찰’


한국프로선수의 메이저리그 포스팅 도전은 1998년 LG 이상훈부터 올해 손아섭까지 총 10명이 11회에 걸쳐 진행했다. 손아섭처럼 아무런 구단이 참여하지 않은 유찰 사례는 2002년 2월 진필중(두산)이 유일했다. 진필중은 같은 해 12월 다시 포스팅에 도전했지만, 2만5000달러의 예상보다 적은 액수가 나와 수용을 거부했다.

이제 손아섭의 팀 동료인 황재균이 다시 포스팅에 나선다. 손아섭의 전철을 밟을지, 아니면 내야수인 만큼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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