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반한 감정까지 있었지만…한국선수들의 日프로골프투어 생존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3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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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끝난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에서 83명의 출전 선수 중 한국(계) 선수는 20명에 이르렀다. 기자가 해마다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리는 이 대회에 처음 취재를 갔던 2006년만 해도 한국(계) 출전 선수는 5명 남짓이었다. 일본 대회에 ‘코리안 브라더스’가 몰리는 이유는 한국프로골프투어(KGT)가 장기 침체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17개였던 KGT 대회는 올 시즌 12개에 그쳤다. 대회 현장에서 만난 김형성은 “내년 큐스쿨(프로테스트에 해당)을 본 선수만도 100명이 넘는다. 어떤 지역의 3차 예선에선 35명의 합격자 중 18명이 한국 선수였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KGT에서 3개 대회만 뛰고 상금왕을 차지한 이경훈의 상금액 3억1560만원은 JGT에선 33위 수준이다. 이경훈은 올시즌 JGT에서도 뛰면서 약 6억원의 상금을 벌었다.

한국 선수들의 JGT 진출 러시로 일본에서는 한때 경계 심리와 반한 감정까지 나타났다. 일본에서 돈만 챙겨 떠난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달라졌다. JGT에서 뛰는 한국 선수 중 맏형인 장익제는 “일본에서 뛰는 한국 선수만 30명이 넘는다. 이젠 봉사나 기부 활동, 재능 기부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 선수들이 잘하던 못하던 일본어로 대화하는 모습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김형성은 “한국 선수들이 자선 골프 대회를 열고 있다. 지난해 150만 엔의 자선 기금을 모았다”고 말했다. 장익제는 원전 사고를 당한 후쿠시마의 한 학교를 찾아 레슨을 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이 신선하게 비춰지면서 열성적인 팬클럽까지 생긴 한국 선수들이 생겼다. 한국 선수들이 일본 골프 잡지에 레슨 연재물 모델로 등장하거나 일본 TV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도 있다. 모두 과거에는 보기 힘들던 현상이다.

일본 무대에서 인정받고 있기는 해도 한국 선수들의 마음은 대부분 고국을 그리워하고 있다. 한 선수는 “가족과 떨어져 매주 대회 출전을 위해 이동해야 하니 호텔 생활만 해야 한다. 동전 세탁기에 속옷을 빨다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한국 대회가 많아지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미야자키=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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