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디팩트] 아기 달래려다 뇌손상? … 흔들린아기증후군 예방하려면

  • 입력 2015년 11월 23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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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4~12개월 흔해, 의사표현 어려워 방치하기 쉬워 … 품에 안고 등을 쓸어주는 게 효과적

우는 아기를 달래기 위해 아기를 심하게 흔드는 경우 자칫 ‘흔들린아기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는 주로 아기가 딱딱한 바닥이나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치거나, 어른들이 심하게 흔들었을 때 뇌출혈 또는 망막출혈 등 뇌손상이 나타나는 현상으로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부모는 아이에게 애정표현을 하거나 달랠 때 아기를 가볍게 안아 위아래로 흔들어주거나 흔들침대에 뉘어준다. 아기를 품에 안고 가볍게 흔들어주는 것은 괜찮다. 문제는 아기를 달래던 부모가 자기도 모르게 심하게 흔드는 경우다. 대개 20초 이내에 40~50회 심하게 흔드는 경우 나타날 수 있다.

홍수정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이 증후군은 뇌손상을 잘 입는 2세 이하의 아기에게 많이 나타나며, 5세 이하의 어린이도 노출될 수 있다”며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시기는 아기를 많이 안아주는 생후 4~12개월”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세 미만의 아기는 뇌와 뇌혈관의 발달 정도가 미숙하다”며 “어른은 머리 무게가 몸 전체의 2%에 불과하지만 아기는 10%를 차지하며 무거운 머리를 지탱하는 목근육이 발달되지 않아 증후군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아기를 심하게 흔들면 그 충격이 뇌에 그대로 미치고, 이때 뇌와 두개골이 부딪치면서 주위에 있는 혈관이 찢어져 뇌출혈이 생긴다. 목 근육이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기를 앞뒤로 심하게 흔들면 뇌는 물론 척추까지 손상될 수 있다.

홍 원장은 “흔들린아기증후군이 위험한 것은 아기가 아프더라도 의사표현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증상은 수일에서 수개월 안에 나타나며 초기에는 아기가 칭얼거리며 보채거나, 토하면서 경련하거나, 발작을 일으킨다. 하지만 이들 행동은 감기나 소화불량과 유사해 전문의조차 모르고 지나칠 우려가 높다.

흔들린아기증후군으로 뇌출혈이 생긴 경우 아이의 뇌압이 상승해 축 처지고, 각막에 핏발이 서는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잘 걷던 아기가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넘어지는 경우에도 증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를 방치하면 시각장애, 사지마비, 지적장애, 성장장애, 간질 같은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심하면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사망하기도 한다.

이는 예방이 최선이다. 부모가 증후군에 대해 잘 알고 주의사항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아기 주변에 항상 담요나 이불을 준비해 넘어질 때 충격받지 않도록 하는 것은 기본이다. 아기를 안거나 업을 때 목을 다치지 않도록 잘 받쳐주고, 다른 사람이 아기를 안아줄 때에도 목 뒤를 세심하게 받쳐준다.

하지만 아무리 부모라도 아기가 지치지 않고 울어대면 짜증이 날 수 있다. 부모는 아기를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고,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가 겹쳐 예민해지기 쉽다. 자기도 모르게 아기를 빨리 달래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를 앞뒤로 심하게 흔들면 뇌가 흔들리면서 뇌출혈이 일어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아기를 돌보면서 집안일을 할 때 아기를 잠깐 침대, 소파 등에 올려 높고 일을 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12개월 미만의 아기는 균형감각이 약해 자칫 떨어져 머리가 땅에 부딪칠 수 있으므로 절대 혼자 올려놓고 딴 일을 보는 것은 위험하다. 또 아기는 몸을 잘 가누지 못하므로 딱딱한 바닥에 혼자 두지 말아야 한다. 아기는 잘 앉아 있다가도 넘어지기 쉽다. 이때 머리가 부딪히면 뇌가 손상될 수 있어 바닥에 둘 경우 푹신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일손이 바쁜 부모는 가끔 큰아이에게 동생을 돌보게 하는 경우가 있다. 어느 정도 큰 아이들이 동생을 돌볼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아무리 큰 아이라 하더라도 어린이는 조심성이 부족하므로 아기를 보살피기엔 무리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아빠들은 간혹 아기들과 놀아주기 위해 낮은 높이로 아기를 던졌다 받는 경우가 있다. 생후 18개월 이상의 아기라면 낮은 높이로 던졌다 받는 것은 무리가 없다. 하지만 아기가 좋아한다고 해서 1m 이상 던졌다 받는 것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잘못해서 아기를 받지 못하면 머리가 먼저 땅에 닿아 위험하다.

뇌가 연약한 생후 6개월 미만의 아기는 장시간 차에 태우지 않는 게 좋다. 8시간 이상 차를 태울 경우 흔들린아기증후군이 생길 우려가 있다. 부득이하게 차량으로 이동해야 하면 차를 자주 세워 휴식을 취하면서 이동해야 한다. 어른이 아기를 안고 타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아무리 짧은 거리를 이동하더라도 아기는 반드시 카시트에 앉힌다. 운전하다 갑자기 멈출 경우 생후 24개월 미만의 아기는 머리를 부딪쳐 뇌가 손상될 수 있다.

평소 아기를 달랠 때 무조건 흔드는 것보다 우유를 먹이거나 기저귀를 갈아주는 등 아기의 욕구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그래도 아기가 울음을 그치지 않으면 아기를 안전한 곳에 내려놓고 혼자 울게 내버려두고 그 사이 부모는 심호흡을 하며 화를 가라앉히도록 한다.

홍수정 원장은 “품에 안아 가볍게 흔드는 것은 좋지만 과도해서는 안 된다”며 “아기는 불안정한 자세일 때 불안을 느끼며 울음을 터뜨리므로 안정된 자세로 포근히 안아주며 등을 쓸어주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취재 = 정희원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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