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소재부품산업주간]소재부품=미래먹거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연간 무역흑자 1000억 달러 2년 연속 돌파 예정… 전체 수출액의 50.3% 차지

지난해 수출액 2759억 달러, 2001년부터 작년까지 수출 4.5배, 무역 흑자 39배 증가. 이는 우리나라 산업 전체가 아니라 소재부품산업의 수출 실적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소재부품산업에서 1078억 달러 흑자를 내 완제품 무역의 부진을 만회했다. 소재부품산업의 무역 흑자가 10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지난해 소재부품산업이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8.2%로 절반에 육박했다. 소재부품산업의 2001∼14년 연평균 수출 증가율은 12.2%로 전(全) 산업의 수출 증가율(10.8%)보다 1.4%포인트 높았다. 또 같은 기간 소재부품산업의 무역 흑자 증가율도 32.7%로 전 산업(13.3%)의 2.5배나 됐다. 소재부품산업이 우리나라 수출과 무역 흑자를 주도하며 글로벌 경기 부진 속에서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우리 산업구조가 가전제품 자동차 선박 같은 완제품 중심에서 소재부품 중심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울러 싼 가격을 앞세운 양적 성장에서 기술력 위주의 질적 성장으로 경제 체질이 바뀌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소재부품 1000억 달러 무역흑자

올해 들어서도 9월 말까지 소재부품 교역은 수출 1997억 달러, 수입 1206억 달러로 791억 달러의 무역 흑자를 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엔저와 신흥국 경제 불안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2년 연속 소재부품 무역 흑자 1000억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소재부품 비중도 50.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 베트남 등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을 중심으로 소재부품 수출이 확대되고 있다. 이미 FTA가 발효된 미국 유럽연합(EU)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등 49개국과의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소재부품 수출에서 이들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33.7%에서 올해 9월 39.3%로 높아졌다.

우리나라의 소재부품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는 수출 697억 달러, 수입 350억 달러로 347억 달러의 흑자를 올렸다. 베트남과는 수출 130억 달러, 수입 23억 달러로 107억 달러의 흑자를 냈다. 일본으로부터의 소재부품 수입은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일본과는 수출 92억 달러, 수입 201억 달러로 109억 달러의 적자를 냈으나 적자 규모는 전년보다 11억 달러 줄었다. 이에 따라 일본 소재부품 수입의존도는 16.7%로 사상 최저치였다.

소재부품산업 어제와 오늘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대일 무역 적자 해소는 우리나라 산업의 숙원이었다. 수출 주도형 경제인 우리나라는 소재와 부품을 일본에서 수입해 한국에서 조립, 가공한 뒤 해외에서 파는 게 많았다. 역대 정부는 일본에 의존하는 제조업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50년 동안 소재부품산업 육성에 나섰지만 오랫동안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1990년대 말까지 국내 제조업은 자동차 철강 등 자본재산업 육성을 통한 ‘규모의 경제’ 확보에 주력했다. 조립산업 중심으로 성장한 탓에 산업의 허리인 소재부품산업은 취약했다.

2001년 소재부품 수출은 620억 달러로 총수출의 41.2%에 머물렀다. 당시 일본은 53%로 절반이 넘었다. 전체 소재부품 수입의 28.1%(166억 달러)를 일본에 의존했고, 대일(對日) 소재부품 무역 적자도 105억 달러나 됐다.

소재부품산업의 핵심 기술 경쟁력과 국산화율도 저조했다. 산업연구원이 2001년 발표한 소재부품산업 종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등 선진국 대비 설계기술은 67.7%, 신제품 개발기술은 66.4%, 신기술 응용능력은 68.6%에 그쳤다. 소재부품의 국산화율도 71.1%로 제조업 평균(77.0%)보다 낮았다. 특히 전자부품은 44.5%, 컴퓨터 및 사무기기는 57.4%에 불과했다.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 소재부품산업에 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만성적인 대일 무역 역조를 개선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소재부품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정부는 소재부품산업 육성을 미래 산업경쟁력 강화의 핵심 요소로 보고 2001년 소재부품 발전 기본계획(MCT-2010)을 수립했다. 또 소재부품특별법을 제정해 소재부품 전문기업 육성, 기술개발 및 사업화 지원에 나섰다. 글로벌 소싱에 참여할 수 있는 유망 소재부품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2011년까지 연구개발 자금으로 1조8000억 원을 투입했다. 2011년부터는 핵심 소재와 부품을 국산화하기 위해 1조 원을 들여 10대 핵심 소재 기술개발사업(WPM)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2018년 10억 달러 이상의 시장을 창출하고 세계 시장을 30% 이상 선점할 수 있는 친환경 스마트 표면처리 강판 소재, 수송기기용 초경량 마그네슘 소재, 고(高)에너지 2차전지용 전극 소재 등 세계 일류 소재 10개를 개발하려는 것이다.

이 같은 정부의 정책 지원과 업계의 국산화 노력이 10년 넘게 이어지면서 소재부품이 한국 경제의 지형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2001년 620억 달러이던 소재부품 수출은 2014년 2759억 달러로 늘었고, 수출 비중도 41.2%에서 48.2%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무역 흑자는 27억 달러에서 1078억 달러로 급증했다. 2001년 세계 소재부품 시장에서 9위(수출액 기준)이던 우리나라는 2007년 영국 싱가포르를 제치고 7위로 올라섰다. 이어 이탈리아 프랑스를 넘어 2010년 이후 5위를 지키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앞에 있는 나라는 중국 독일 미국 일본이다. 일본을 가시권에 두고 추격하고 있다.

소재부품의 대일 무역 적자는 2001∼2014년 연평균 3.5% 늘었다. 그러나 수입 의존도와 적자 비중은 크게 낮아졌다. 소재부품의 대일 수입 의존도는 2001년 28.1%에서 2014년 18.1%로, 대일 무역수지에서 차지하는 소재부품 적자 비중은 같은 기간 103.5%에서 76.0%로 줄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대일 무역수지 적자가 여전한 데다 중국산 소재부품 수입이 증가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재기술 혁신에 나선다

정부는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소재기술 혁신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소재는 1000개 아이디어 중 1, 2개만 제품화에 성공할 만큼 모험이 따른다. 또 원천소재 개발에 평균 20년 이상 걸리는 등 상용화까지는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든다.

정부는 이런 점을 감안해 산업 단계와 소재 특성, 연구 주체에 따라 전략적 기술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예를 들어 스마트자동차에 쓰이게 될 탄소 복합소재는 연구소나 대학이 아닌 수요 기업이 제품화 적용기술 개발을 주도하게 하는 식이다.

또 첨단 정보기술(IT)과 설계기술을 융합해 소재 개발기간을 반으로 줄이고, 소재 관련 정부 연구개발 중 7%인 공정 비중을 2017년까지 15%로 올리기로 했다. 이와 함께 단계별 맞춤 지원으로 소재 전문 중소·중견기업을 육성해 지속 가능한 소재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한편, 소재의 표준 및 인증체계를 국제 기준으로 높이고 시험·평가 지원을 강화하는 등 인프라를 확충키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주최)와 한국산업진흥원(주관)은 소재부품 성과 전시, 글로벌 기업과 수출 상담회, 투자 유치 설명회 등을 주요 프로그램으로 하는 ‘2015 소재부품 산업 주간’ 행사를 24∼26일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김상철 전문기자 sckim00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