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3대교전 영웅 함께 모셔 가슴 벅차”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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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이 22일 최근 새로 조성한 연평도 포격도발 희생자 묘역에서 “23일 연평도 포격 도발 5주년 기념식은 서울 전쟁기념관에서 열리지만 묘역을 직접 찾는 추모객을 위해 현수막을 내걸었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이 22일 최근 새로 조성한 연평도 포격도발 희생자 묘역에서 “23일 연평도 포격 도발 5주년 기념식은 서울 전쟁기념관에서 열리지만 묘역을 직접 찾는 추모객을 위해 현수막을 내걸었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천안함 폭침과 연평해전, 연평포격전 등 서해 3대 교전 희생자 묘역을 참배객들이 불편함 없이 추모하는 모습을 보니 얼마나 뿌듯한지 모릅니다.”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53)은 5주기 추모식을 하루 앞둔 22일 오후 현충원 내 연평포격전 전사자 묘역을 찾았다. 유족 내부 의견 불일치, 현충원 내부 원칙 등으로 난관이 적지 않았던 이들 3개 묘역 이장 및 합동묘역 조성 과정을 떠올렸다. 현충원 내 11만6000명의 순국선열 묘소 가운데 최근 조성된 합동묘역은 가장 생생한 보훈 및 안보 교육장이 되고 있다.

권 원장은 2010년 4월 29일 천안함 46용사와 이창기 준위, 한주호 준위의 합동안장을 주선했다. 9월 21일 제2연평해전 전사자 6명의 합동묘역을 조성했고 지난달 16일 연평포격전 희생 장병 2명의 묘소를 그 곁으로 이전했다. 사병과 장교 묘역이 구분돼 있고 이장을 하지 않는 등의 내부 원칙, 일부 유족의 의견 차이 등으로 쉽지 않았다.

영화 ‘연평해전’으로 당시 전사자에 대한 추모 열기가 높아가던 7월 7일 동아일보에 ‘함께 잠든 천안함 46용사…뿔뿔이 흩어진 연평해전 6용사’라는 기사가 나오자 권 원장의 고심은 깊어졌다. 영화를 보고 연평해전 전사자 묘역을 찾았더니 참배하기가 불편했다는 독자들의 호소가 반영된 기사였다. 권 원장은 결국 국민 여론과 유족의 바람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판단하고 이전 추진에 나섰다.

“현충원과 결혼했다”고 고백하는 권 원장의 현충원 애정은 그야말로 남다르다. 그는 2009년부터 현재까지 직무대리 한 번을 포함해 세 번이나 대전현충원장을 지냈다. 대전보훈청장 등 국가보훈처 산하의 다른 기관에 있을 때에도 주말에는 물론이고 평일 퇴근 후에 현충원을 찾아 산책을 하거나 개선점을 찾아내 직원들에게 전달하곤 했다. 현충원에 근무하지 않는 기간에 찾은 횟수만 1500번을 넘는다고 한다.

그는 2010년 11월 28일 전국 현충시설 가운데 처음으로 ‘일일 합동안장식’을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토, 일요일에는 개별안장을 해야 했다. “주말에 합동안장식을 해 달라는 민원은 있었지만 얼마든 회피가 가능했어요. 최소한 직원 5명과 5억 원의 경비가 더 드는 일이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호국영령과 유족들을 이렇게 쓸쓸하게 보내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권 원장은 합동안장식을 위해 자신의 주말을 기꺼이 반납했고 주말 근무를 하는 직원들에게 조금 더 일거리를 맡아 달라고 당부해 별도 예산을 들이지 않고 이를 지속하고 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와중이던 올해 6월에도 권 원장은 “메르스를 감안해 합동안장식을 잠시 중단하자는 의견이 있지만 천재지변이 아니라면 보훈정신을 멈춰 세울 수 없다”며 합동안장식을 강행했다. 그는 “안장식은 현충원장 업무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중요하다”며 “매일 안장식을 하지만 식이 열리기 전에는 화장실을 여러 번 다녀올 정도로 긴장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대전현충원 준공 30주년 기념일인 13일 권 원장은 8년간의 공사 끝에 산책과 보훈교육을 위한 8.2km의 ‘보훈둘레길’을 현충원 내에 완공해 묘역을 공원처럼 바꾸었다. 권 원장은 “국민이 공감하는 서해 3대 교전 묘역을 조성한 것은 보훈공무원으로서 평생 잊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천안함#연평해전#연평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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