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연쇄테러 공포도 세계 무용인들의 예술의지는 못꺾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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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회오리’, 삼엄한 경비속 ‘칸 댄스 페스티벌’ 개막공연 성황

20일 프랑스 ‘칸 댄스 페스티벌’의 개막작인 ‘회오리’ 공연에서 힘찬 몸짓을 보여 주는 국립무용단원들. 페스티벌은 이슬람국가(IS)의 파리 테러에 굴하지 않고 예정대로 진행됐다. 국립무용단 제공
20일 프랑스 ‘칸 댄스 페스티벌’의 개막작인 ‘회오리’ 공연에서 힘찬 몸짓을 보여 주는 국립무용단원들. 페스티벌은 이슬람국가(IS)의 파리 테러에 굴하지 않고 예정대로 진행됐다. 국립무용단 제공
‘총탄의 위협보다 예술의 힘이 더 강했다.’

20일(현지 시간) 프랑스 남부 도시 칸에서 개막한 무용축제 ‘2015 칸 댄스 페스티벌’. 13일 파리에서 발생한 이슬람국가(IS)의 연쇄 테러 탓에 개막작이 공연된 칸 루이 뤼미에르 극장 안팎에선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테러 피해가 바타클랑 극장에서 많이 발생해 이후 파리의 샤요 국립극장 등 프랑스 주요 공연장이 임시 휴관 조치를 취했지만, 칸 댄스 페스티벌 측은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테러에 예술이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결정이었다. 5개국 17개 단체 22개 작품 중 프랑스 파리오페라무용학교만 불참 의사를 밝혔다.

이날 개막작은 페스티벌 측이 공식 초청한 한국 국립무용단의 ‘회오리’였다. 국립무용단은 창단 53년 만에 처음으로 해외에서 개런티(3만 유로·약 3700만 원) 및 체재비를 받고 유료 공연을 했다. 테러 여파로 전체 2309석 중 1층(1084석)만 판매했는데 모두 매진되고 추가 오픈 요청에 따라 예정에 없던 2층 객석도 열었다. 이날 모두 1370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

지난해 국내 초연한 ‘회오리’는 국립무용단이 외국 안무가와 처음 협업한 작품으로 핀란드 출신 세계적 안무가 테로 사리넨이 안무 및 연출을 맡았다.

막이 오르자 ‘ㄷ’자 모양 단에 앉은 18명의 무용수 사이에 무용수 송설이 무대 뒤 조명을 한 몸에 받으며 화려한 독무를 펼쳤다. 이어 주역 무용수 김미애, 조재혁을 비롯해 나머지 무용수들도 무대 중앙으로 대열을 갖추며 팔과 상체를 격렬하게 움직였고, 무대는 이들의 몸짓과 호흡으로 빚어낸 파동에 출렁거렸다.

19명의 무용수가 만들어내는 군무는 때론 잔잔하게, 때론 휘몰아치듯 동작을 이어가며 무대와 객석의 템포를 조절해 나갔다. 작곡가 장영규가 이끄는 국악그룹 ‘비빙’의 연주는 춤과 잘 어우러져 작품의 격을 높였다.

20일 프랑스 칸의 루이 뤼미에르 극장 1층을 꽉 메운 관객들. 이날 국립무용단의 ‘회오리’를 지켜본 1370명의 관객은 공연 후 기립박수를 보냈다. 국립무용단 제공
20일 프랑스 칸의 루이 뤼미에르 극장 1층을 꽉 메운 관객들. 이날 국립무용단의 ‘회오리’를 지켜본 1370명의 관객은 공연 후 기립박수를 보냈다. 국립무용단 제공
관객의 반응은 뜨거웠다. 80분의 공연이 끝난 뒤 10분간 이어진 커튼콜에서 관객 전원이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날 극장을 찾은 샤요 국립극장 예술자문(프로그래머) 야르모 펜틸라 씨(57)는 “사리넨의 안무를 자주 봐 왔지만 이번 회오리의 안무는 유럽에서 전혀 보지 못한 새로운 스타일이었고 작품의 완성도가 상당했다”며 “한국 전통악기의 선율은 낯설었지만 신선하고 아름다웠다”고 평가했다.

친구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마르탱 르 무앵 씨(67)는 “피날레에서 나온 무용수 군무는 굉장한 에너지가 뿜어 나오는 듯했다”며 “프랑스 국민이 테러라는 아픔을 겪고 있지만 우리는 계속 살아 나가야 하기에 두려움을 떨쳐내고 극장에 나왔다. 한국 춤을 통해 위로받았고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번 페스티벌 개막작에 국립무용단의 ‘회오리’가 선택된 데에는 페스티벌 예술감독 브리지트 르페브르의 힘이 컸다. 1995년부터 19년간 파리오페라발레단 단장을 지낸 그는 “국립무용단이 외국 안무가와 협업한 ‘회오리’ 창작 과정 자체가 용감하고 예술적인 프로젝트라고 생각했다”며 “집중력과 강력한 힘이 존재하는 안무가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르페브르는 또 페스티벌 포스터 모델로 국립무용단의 장윤나를 선택하기도 했다.

한편 ‘회오리’ 주역 무용수 김미애 조재혁 박혜지는 21일 니스무용학교 학생 25명을 대상으로 마스터클래스를 열고 동래학춤과 태평무를 지도했다.

칸=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무용인#회오리#칸댄스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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