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자신 유머집 재밌게 읽었다고해… 풍자 민주화에 기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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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前대통령 서거]“내가 기억하는 YS는…” 눈길끄는 인연 3제
‘YS는 못말려’ 저자 장덕균 씨

대통령이 된 YS가 당선 축하 전화를 받았다.

“부인이 그렇게 고생하더니 퍼스트레이디가 됐구먼.”

그러자 YS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우리 집사람은 절대 ‘세컨드’가 아니오.”

1993년 발간된 유머집 ‘YS는 못말려’(미래사·사진)에 나오는 우스갯소리 중 일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을 희화화한 이 책은 방송작가 장덕균 씨가 펴냈다. 장 씨는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전 대통령은 정치 민주화뿐만 아니라 풍자의 민주화에도 크게 기여한 분”이라며 “현직 최고 권력을 코미디의 소재로 가능하게 한 탈(脫)권위주의자였다”고 추모했다.

장덕균 씨
장덕균 씨
대통령을 희화화한 유머집은 군사정권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파격적인 책이었다. 출간 당시 동아일보가 사회면에 ‘현직 대통령 소재 유머집 나온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을 정도다.

장 작가는 “출간 당시 주위에서 ‘잡혀간다’며 말렸지만, 오히려 대통령께서 ‘재밌게 읽었다’고 얘기했다는 말을 전해 들어 마음을 놓았다”고 말했다. 장 씨의 책이 나온 이후 KBS ‘유머일번지’ 등 TV 코미디 프로그램 등에서도 정치 풍자가 등장하며 문민정부의 출범이 가져온 문화적 자유로움을 만끽했다.

유머집은 출간 3주일도 채 안 돼 20만 부가 팔릴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YS는 못말려 2: YS는 끝내줘’(미래사),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 씨를 풍자한 ‘현철이는 YS도 못 말려’(백양출판사), ‘노무현도 못말려’(명상출판사) 등 이 제목을 패러디한 다른 저자의 정치풍자 서적이 잇따라 나오기도 했다.

장 작가는 “작가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 고마운 분인데, 서거 소식을 듣고 가슴이 먹먹하더라. 웃으시는 모습이 항상 가슴에 남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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