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前대통령 서거]대선 맞붙은 정주영 ‘비자금-횡령혐의’로 기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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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재계 총수 관계는… 이건희 ‘정치는 사류’ 발언 문제 돼
정치자금 혐의 유죄… 다음해 사면

재계는 고 김영삼(YS) 전 대통령을 ‘기업의 정치자금을 받지 않은 첫 번째 대통령’으로 기억한다. 관행처럼 대기업에서 정치 자금을 수혈했던 군사정권과는 달리 ‘정경 유착’의 고리를 끊어냈다는 것이다. 때로는 재계 총수들의 ‘반발’을 참지 못하고 심한 긴장 관계를 형성했지만, 사면권을 통해 기업 활동의 길을 열어주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995년 4월 “기업은 이류, 관료는 삼류, 정치는 사류”라는 이른바 ‘베이징(北京) 발언’으로 큰 파문을 던졌다. YS 정권에는 상당히 불편한 발언이었다. 이 회장은 이듬해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정치자금 100억 원을 전달한 혐의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형이 선고됐으나, 1997년 10월 특별사면복권을 받았다.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김 전 대통령과 14대 대선에서 맞붙은 정적(政敵)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맞선 정 전 명예회장에게 ‘보복’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큰 수난을 안겼다. 정 전 명예회장은 YS 정부 초기 비자금 조성과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되면서 정계 은퇴를 선언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도 유죄 판결 직후인 1995년 8월 경제 살리기 명분으로 사면복권됐다. 김 전 대통령은 사면 후에도 정 전 명예회장과 한 차례도 만나지 않는 등 불편한 관계를 이어 가다 정 전 명예회장이 2001년 3월 타계하고 나서야 “대업을 이룬 분이 가시니 아쉽다”며 ‘사후 화해’를 했다.

전임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돈이었던 고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과는 여당 대표 때부터 대립각을 세웠다. 민자당 대표 시절인 1992년 8월 최 전 회장이 대주주인 대한텔레콤이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따내자 ‘사돈 기업 특혜’라는 반대 주장에 동참했다. 당시 유력 대권 후보였던 김 전 대통령의 반대는 최 전 회장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결국 최 전 회장은 사업권을 반납했다. 이후 SK그룹은 1994년 6월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한 후에야 통신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 최 전 회장은 또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을 당시 YS 정부의 ‘업종 전문화’를 명분으로 한 30대 그룹 규제에 대해 “에디슨이 전구 만들 때나 하던 얘기”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김 전 대통령과 갈등 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

LG그룹 총수와는 직접적인 인연은 없다. 하지만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고 구평회 전 E1 명예회장과는 서울대 동기로 평생 교분을 이어갔다. 김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구 전 명예회장에게 무역협회장과 월드컵유치위원장 등 굵직한 역할을 맡겨 2002년 한일 월드컵 유치 등의 성과를 이끌어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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