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혈증-심부전 겹쳐 입원 60시간만에… “너무 쉽게 가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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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前대통령 서거]마지막 순간

지난해 10월의 YS… 부축 받으며 빈소 찾은 손명순 여사



22일 서거한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2013년 4월부터 중증 뇌중풍(뇌졸중)과 급성 폐렴으로 입원하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았다. 차남 현철 씨가 지난해 10월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YS의 생전 모습(위쪽 사진). 부인 손명순 여사가 빈소에 부축을 받으며 모습을 보였다. 손 여사는 YS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아래쪽 사진). 김현철 씨 페이스북·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10월의 YS… 부축 받으며 빈소 찾은 손명순 여사 22일 서거한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2013년 4월부터 중증 뇌중풍(뇌졸중)과 급성 폐렴으로 입원하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았다. 차남 현철 씨가 지난해 10월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YS의 생전 모습(위쪽 사진). 부인 손명순 여사가 빈소에 부축을 받으며 모습을 보였다. 손 여사는 YS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아래쪽 사진). 김현철 씨 페이스북·사진공동취재단
“너무 쉽게 가셨어요….”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 씨는 22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손을 쓸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YS는 2008년부터 뇌중풍(뇌졸중)과 혈관 질환 등으로 투병해 왔다. 최근까지 간단한 의사표현을 할 수 있을 정도였지만 이날 0시 22분 현철 씨 등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했다.

오병희 서울대병원장은 이날 오전 2시 긴급 기자회견에서 “김 전 대통령이 19일 정오 고열을 동반한 호흡 곤란으로 입원했다”며 “21일 오후 중환자실로 이송해 치료했으나 상태가 악화돼 끝내 서거했다”고 밝혔다. 오 원장은 YS가 입원한 19일부터 직접 진료를 맡아 왔다.

오 원장은 “(YS가) 뇌중풍 등 혈관 질환이 많아 병원 치료를 계속 받아 왔다”고 설명했다. YS가 고령(88세)인 데다 지병으로 몸이 약해진 상태에서 패혈증과 급성심부전까지 겹쳐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병원 측은 보고 있다.

YS는 매일 오전 6시경 조깅으로 아침을 시작할 정도로 건강 체질이었다. 그러나 2008년 건강에 이상신호가 왔다. 당시 가벼운 뇌중풍으로 병원 신세를 졌다. 그 후 위 물혹 제거 수술, 심장 수술 등으로 병원을 찾는 일이 잦아졌다.

특히 2013년 4월 반신불수를 동반한 중증 뇌중풍과 급성 폐렴으로 지난해 10월까지 18개월간 입원했다. 이후에는 증상이 호전돼 자택과 병원을 오가며 통원 치료를 받았다. 퇴원 직전인 지난해 10월 12일에는 현철 씨가 페이스북에 ‘퇴원을 앞둔 아버지의 건강하신 모습’이라며 YS가 손가락으로 브이(V)자를 그리는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19일 YS의 건강이 갑자기 악화됐다고 한다. 현철 씨는 “지난주에도 일주일 입원했다가 호전돼 퇴원했다”며 “그런데 퇴원하자마자 (최고)혈압이 80 아래로 떨어지고 고열이 나 바로 병원으로 갔다”고 말했다. 그때는 이미 급성 패혈증이 온몸에 퍼진 상태였다고 한다.

YS는 19일 서울대병원 본관 12층에 있는 특실에 곧바로 입원했다. 병원 관계자는 “폐렴 때문에 입원 기간에 식사도 못 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입원 당시까지 YS는 의식이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그러나 21일 오후 2시경 증세가 급격히 악화됐다. 의료진은 YS를 곧바로 중환자실로 옮겼지만 결국 입원한 지 약 60시간 만에 숨을 거뒀다.

YS의 임종은 가족과 보좌진 등 다섯 명 정도가 지켰다고 한다. 당시 부인 손명순 여사는 직접 임종하지 못한 채 자택에 머물렀다. 1951년 결혼한 뒤 64년을 함께한 손 여사도 거동이 불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해 현철 씨가 YS의 서거 소식을 이날 아침에야 전하자 손 여사는 충격으로 손을 떨며 “춥다”는 말로 상심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YS는 서거 직전 특별한 유언은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현철 씨는 YS가 생전 마지막으로 ‘통합’과 ‘화합’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전했다. “아버지가 2013년에 입원한 뒤 말을 잘 못해 필담으로 대화했다. (어느 날) 붓글씨로 평소에 안 쓰시던 ‘통합(統合)’과 ‘화합(和合)’을 쓰셨다.”

현철 씨가 무슨 뜻인지 묻자 YS는 “우리가 필요한 것”이라고 적었다고 한다. 그 후 YS는 건강이 악화되면서 필담마저 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YS의 지인들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에 이어 오후에 다시 빈소를 찾았다. 김 전 의장은 “YS는 생전에 ‘아버지가 오래 살아서 나도 (장수하는) 혈통을 갖고 있다’고 자신했다”며 “매일 오전 5시에 ‘내 (운동) 나간다’며 나에게도 나오라고 전화를 하곤 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 패혈증 ::


면역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폐렴균, 대장균 등의 박테리아가 혈관에 들어가 온몸으로 퍼져 고열, 저산소증 등이 발생한 응급 상태.

:: 심부전증 ::

심장이 바이러스 감염이나 심근경색 등으로 혈액을 관리하는 능력이 떨어져 몸에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

홍정수 hong@donga.com·황성호 기자
#김영삼#前대통령#전대통령#서거#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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