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역사는 ‘양날의 검’… 입맛대로 취하면 스스로 속을수 있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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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이미 하기로 결심한 것들을 정당화하려고 과거의 근거를 입맛대로 취하다 보면 우리 자신을 기만할 수도 있다.” ―역사 사용 설명서(마거릿 맥밀런·공존·2009) 》

책은 주로 근대 역사를 다루고 있다. 제1·2차 세계대전, 발칸반도와 중동의 갈등, 일본과 중국의 자국 역사 서술 과정에서 생긴 역사 왜곡의 예를 보여준다. 저자는 이런 ‘가까운 역사’는 충분한 사료가 남아 있고, 증언할 사람이 많은데도 매우 광범위하게 왜곡이 이뤄졌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책의 원제는 ‘역사의 이용과 악용(The Uses and Abuses of History)’이다. 근대국가가 본격적으로 설립되고 현대국가로 넘어오면서 정치 지도자들이 외부의 적을 만들고 내부의 결집을 이끌어내기 위해 역사를 어떻게 이용하고, 악용했는지를 흥미롭게 제시한다.

저자는 독일이 1차대전 패배 이후 2차대전을 또다시 일으킨 배경으로 독일 정치 지도자들이 전쟁의 역사를 통해 반성하는 대신 오히려 역사를 악용해 독일을 전쟁 피해자로 둔갑시켰다는 점을 들고 있다.

또 저자는 책에서 일본의 역사 인식에 대해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스스로를 희생자로 그려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사실을 이용해 자신들의 전쟁범죄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켰다”고 일침을 가한다.

이달 초 한국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3국 정상은 “역사를 직시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는 정신을 바탕으로 3국이 관련된 문제들을 적절히 처리하자”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선언이 무색하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귀국한 직후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다시 한 번 밝혔다.

서로 다른 나라가 얽힌 역사적인 사실을 하나의 정답으로 서술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입장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실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답을 찾기 어렵다고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건 피해야 한다. 역사를 똑바로 바라보려 하기보단 스스로를 기만하려는 일본의 모습은 또 다른 비극을 만들 수 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책#역사 사용 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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