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헌옷 수거… 친환경 소재… “속도보다 지속가능성” 패스트 패션의 변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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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H&M ‘제3의 길’ 주목

요즘 의류업계의 큰 트렌드 중 하나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다. 기존 의류업체는 대개 1년에 6번 신상품을 출시한다. 반면에 자라, 유니클로, H&M 같은 패스트 패션 업체들은 1년에 24번, 거의 2주에 한 번꼴로 신상품을 출시한다. 매장에 가면 항상 신상품이 있다. 가격도 저렴해서 손님들이 몰려든다.

이 같은 패스트 패션에 대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는 고객도 있다. 하지만 ‘한 철만 입고 버리는 옷을 유통해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부정적 인식도 함께 존재한다. 또 값싼 제품을 내놓기 위해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을 착취하거나 환경에 유해한 원료를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한다. 이 같은 비판과 관련해 전 세계 패스트 패션 업계를 선도하는 스웨덴 기업 H&M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먼저 H&M은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부정적 인식을 제거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헌 옷 수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소비자가 쇼핑백에 버리는 옷을 담아가면 나중에 H&M에서 4만 원 이상의 제품을 구매할 때마다 사용할 수 있는 5000원 할인 쿠폰을 준다. 수거한 헌 옷은 그 상태에 따라 원사로 ‘재활용’할지, 청소용품으로 ‘재사용’할지, 전 세계 중고 시장에 유통시켜 ‘재착용’ 목적으로 사용할지 결정한다.

또 H&M은 노동력 착취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적정 임금을 지불하는 회사만을 협력사로 삼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신제품도 자주 선보이고 있다. 2020년까지는 전 제품에 유기농 면 소재 100% 사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기농 면을 쓰면 생산자들은 화학비료 값을 절약할 수 있고, 농장 근로자들의 건강도 좋아진다. 당연히 환경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

소비자는 패스트 패션이라고 부르지만 H&M은 스스로를 패스트 패션 회사라고 여기지 않는다. 패스트 패션의 특징으로 통하는 ‘빠른 생산’과 ‘매일 다른 디자인’이 H&M의 핵심 역량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오히려 H&M은 ‘더 좋은 상품을 더 좋은 가격에’ 제공하고 ‘환경과 경제에 기여하는 지속 가능한 상품’을 만들어 내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 패스트 패션과 지속 가능성은 어울리기 힘들 것 같은 단어지만 H&M은 하나하나 그 실타래를 풀어나가고 있다.

신현암 삼성경제연구소 자문역 gowmi123@gmail.com
#스웨덴#h&m#패스트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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