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섬 트라우마에… 해외기업 상장 여전히 찬바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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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차이나크리스탈, 예측 수요 저조로 국내 증시 상장 철회
회계처리 등 불신의 벽 못넘어… 공모추진 기업 24곳 악영향 우려

4년 만에 처음 한국 증시에 입성하려던 중국 기업이 국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아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최근 공모주 투자 열기가 한풀 꺾인 데다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탓으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 대폭 늘어난 해외기업의 상장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4년 만의 中기업 상장 불발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3, 24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받은 뒤 다음 달 3일 국내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던 중국 기업 ‘차이나크리스탈신소재홀딩스’가 상장 일정을 연기했다. 앞서 17, 18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 예측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차이나크리스탈 측은 “회사 경쟁력이나 성장잠재력에 부합하는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올해 3분기(7∼9월) 실적을 반영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뒤 내년 2, 3월에 다시 상장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이나크리스탈은 화장품, 자동차도료, 플라스틱 등에 쓰이는 첨단 신소재인 합성 운모(雲母)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바스프, 머크, 로레알, 시세이도 등 글로벌 대기업에 납품하는 데다 세계 합성운모 공급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미래 성장이 기대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2011년 6월 중국의 타일전문업체 ‘완리인터내셔널’의 상장 이후 4년여 만에 중국 기업이 한국 증시에 입성할 예정이어서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2011년 중국의 섬유업체 ‘고섬’이 회계 부정으로 한국 증시에서 퇴출된 이른바 ‘고섬 사태’ 이후 해외기업의 상장은 거의 중단됐다. 그동안 한국 증시에 발을 들인 해외업체는 2013년 미국의 한상기업인 ‘엑세스바이오’뿐이었다.

○ 해외기업 상장 움직임에 찬물

하지만 시장의 관심과 달리 차이나크리스탈의 상장이 무산되면서 국내 증시가 아직 고섬 사태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광재 NH투자증권 ECM본부장은 “‘중국원양자원’을 비롯해 국내 증시에 이미 상장된 중국 업체들도 논란이 불거지면서 중국 기업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신뢰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 상장한 중국원양자원은 최근 자회사의 원양어업 기업 자격이 일시 정지되고 중국에서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받았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국내 상장을 추진하던 중국 가구업체 ‘패션아트’도 회계처리 등의 문제로 상장 주간사회사 계약을 맺은 국내 증권사가 최근 실사를 중단했다.

연말을 앞두고 기업 상장이 늘면서 바이오·제약 등 일부 인기 종목에만 투자자금이 몰리는 등 공모시장이 양극화된 것도 이번 상장 무산에 영향을 미쳤다. 박병기 하나금융투자 기업공개(IPO)실장은 “상장을 추진하는 국내 기업도 몇몇 업종을 제외하고 수요 예측에서 참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증권사와 주간사회사 계약을 맺고 상장을 추진 중인 해외기업은 24곳이나 된다. 중국 증시 상장을 대기하는 현지 기업이 너무 많아 한국을 찾은 중국 업체 16곳을 비롯해 미국 빅데이터업체, 영국 영화콘텐츠업체 등 국적과 업종도 다양해졌다.

하지만 이들 중 첫 주자로 나섰던 차이나크리스탈이 상장을 연기하면서 다른 해외기업의 움직임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박 실장은 “차이나크리스탈의 상황을 보고 향후 일정을 준비하려는 기업들이 많았는데 시장 여건이 녹록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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