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거중인 ‘강진 양반’ 손학규 “YS, 우리에게 ‘담대한 용기’ 가르쳐 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2일 20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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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노인들이 그와 마주치면 ‘강진 양반 오셨는가’라고 인사한다.”

21일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칩거 중인 전남 강진군 백련사에서 만난 한 측근은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경기 시흥 출신인 손 전 고문은 이제 호남을 껴안은 것 아니냐”라고 평가했다. 이날은 마침 손 전 고문의 68세 생일이었다.

현역 의원을 포함한 측근과 지지자들은 손 전 고문의 생일을 맞아 “찾아가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손 전 고문은 “절대 오지 마라”며 거절했다. 그럼에도 이날 오전부터 수십 명이 홍어, 쇠고기, 과일 등을 가지고 백련사를 찾자 손 전 고문은 부인 이윤영 씨와 함께 외출해 버렸다.

기자는 이날 백련사에서 7시간가량 손 전 고문을 기다렸지만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강진을 찾은 김병욱 동아시아미래재단 사무총장 등 최측근들도 허탕을 치기는 마찬가지. 손 전 고문 측 관계자는 “손 전 고문이 ‘기자들도 답답하겠지만 자꾸 동문서답하는 나도 힘들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여전히 정치판과 거리를 두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손 전 고문이 칩거하는 집에서는 강진만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곳을 찾았던 지관 100여 명이 “명당”이라고 입을 모았다고 한다. 손 전 고문은 산책하는 시간 외에는 독서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 안에는 다산 정약용, 대통령의 리더십, 복지국가, 국가전략 관련 서적이 수십 권 쌓여 있다고 한다.

집 옆에서는 높게 쌓인 장작과 가지런히 놓인 털 고무신 두 켤레가 눈에 띄었다. 올겨울을 이곳에서 보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그러나 일각에선 내년 총선을 전후로 손 전 고문이 어떤 형식으로든 정계에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손 전 고문은 이날 부인과 함께 전남 담양군 메타세쿼이아길을 다녀왔다고 한다. 그러나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타계한 22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빈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YS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했던 손 전 고문은 “YS는 정치 지도자가 가져야 할 가장 큰 덕목인 ‘담대한 용기’를 우리에게 가르쳐줬다”면서도 ‘고인 서거가 정계 복귀의 계기가 되겠냐’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강진=황형준 기자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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