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컨슈머]상인-거주민-기관 손잡으니 수백년 역사 간직한 명물 탄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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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해외를 여행하는 관광객들에게 그 지역 전통시장은 꼭 들러봐야 할 코스로 여겨진다.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이기도 하지만 곳곳에 묻어나는 삶의 숨결로 인해 지역 특유의 색과 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시장은 불편하고 낙후된 장터, 개발이 필요한 곳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한국과는 다르게 유럽의 우수 전통시장 대부분은 지역민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특색 있는 장소로 인식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오랜 역사의 명맥을 이어온 해외 우수 전통시장을 조사 및 분석하고자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이 자랑하는 전통시장들을 탐방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랜드마크, 마르크탈 마켓

유럽 최대의 무역항이자 동인도회사와 철학자 에라스무스의 고향으로도 유명한 로테르담 중심부에 자리잡은 마르크탈 마켓. 거대한 말발굽 모양의 신개념 주상복합 건물 1층에 위치한 마르크탈 마켓은 네덜란드 최초의 지붕 덮인 시장이다. 1만 m²의 컬러풀한 대형 벽화가 천장을 가득 채우고 세련된 내부 인테리어로 인해 로테르담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랜드마크’다. 전체 9층 건물에 1∼2층에는 상점, 그 위로는 거주용 주택이 있다. 전체 3000m² 대지에 아치형으로 세워진 중앙 홀에는 시간의 계단(The Time Stairs)이 있어 방문객들에게 추억을 선사한다.

재개발 사업을 통해 공동화되어 있던 마르크탈 마켓은 로테르담 최고의 핫 플레이스로 성장했다. 개장 후 3개월 만에 방문자 수 300만 명을 돌파하며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앙드레 브르통의 ‘나자’ 낳은 프랑스 파리 생 투앙 플리마켓

방브 플리마켓, 몽트뢰유 플리마켓과 함께 파리의 3대 벼룩시장 중 하나로 꼽히는 생 투앙 플리마켓은 ‘골동품 시장’으로 특화된 시장이다. 초현실주의를 주창한 프랑스의 작가 앙드레 브르통의 대표작 ‘나자’가 탄생한 시장이기도 하다. 건축 도시 경관 유산 보호 지역으로 지정된 이곳은 7ha의 면적에 2500여 개 가게를 포함한 14개의 개별 시장으로 이뤄져 있다. 주말 기준 약 12만 명의 방문객이 찾아 단일 상설 벼룩시장으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기도 하다.

생 투앙 플리마켓에는 1700여 명의 골동품 판매업자들이 소속되어 있으며 이 중 1400명이 고미술품 판매업에 종사하고 있다. 단순한 시장을 넘어 진귀한 작품을 진열하는 박물관이나 갤러리와 닮아 있다. 파리시 관광국 소속 담당자 모니크 씨는 “시장 내 골동품 판매업자 중에서는 1800년대 왕과 부르주아 세력으로부터 얻은 골동품을 복원 예술품으로 만들어 외국에 수출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영화 ‘노팅힐’의 무대 영국 런던 포토벨로 마켓

영화 ‘노팅힐’의 무대이자 런던의 주요 시장 중 하나로 꼽히는 포토벨로 마켓은 크게 앤티크 거리, 과일 거리, 잡화 거리로 나뉜다. 150년 전통의 유서 깊은 시장답게 런던을 찾는 관광객들이 필수로 찾는 관광지로 자리잡았다. 엔티크 제품과 액세서리, 각종 빈티지 소품과 책들이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최근에는 시장 150주년 기념 지역 언론 내 퍼블리시티, 상품 구매액수에 따른 경품 전달, 어린이 대상의 프로모션 프로그램. 노팅힐 근방 패딩턴 베어라는 캐릭터를 활용해 가족과 아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 더욱 풍부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맥주 천국, 독일 뮌헨 빅투알리엔 마켓

빅투알리엔 마켓은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로 알려져 있지만 약 200년 전, 시장이 처음 세워졌을 당시에는 주변에서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우는 지역민들이 생필품을 사고파는 생활 터전이었다.

시장 내부를 산책하기 좋은 공원처럼 조성한 것이 특징이며 시장 중앙의 ‘비어 가든’을 비롯한 카페, 베이커리 등도 갖추고 있다. 현재 2만2000m² 규모의 공간 내 채소, 과일, 꿀, 달걀, 육류, 허브, 향신료, 차, 와인 등 갖가지 물품을 판매하는 140여 개의 가판대를 운영하고 있다. 개설 초기 농민들이 주를 이뤘던 것과는 다르게, 현재는 신선식품과 델리카트슨(수입식품, 조리된 고기, 치즈) 등 지역 명물 마켓으로 자리잡았다.

빅투알리엔 마켓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비어 가든’이다. 지붕이 없는 야외시장 중앙에 1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광장이 조성되어 있다. 맥주를 차처럼 수시로 즐기는 독일 문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장소다. 시장에서 장을 보거나 산책을 하다가 목이 마르면 자연스럽게 맥주를 마실 수 있게끔 마련되어 있다.

“상인과 주민의 소통으로 전통시장 역량 강화를”

이번 해외 우수 전통시장 탐방을 담당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육성실 이정욱 실장은 “대부분의 시장들이 몇백 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어 지역민들과의 유대 관계도 깊은 편이었다”며 “우리도 전통시장을 상인 및 거주민, 기관이 함께 협력하고 소통하는 커뮤니티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의 글로벌 명품시장도 정부 지원 하에 다양한 콘텐츠 개발과 관광객 유치를 위한 프로모션을 시도하고 있지만, 결국 명품시장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상인들과 거주민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민관의 협력이라고 다시금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손희정 기자 son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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