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할아버지의 낡은 코트는 어디로 갔을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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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코트/짐 아일스워스 글/바바라 매클린톡 그림/고양이수염 옮김/36쪽·9500원·이마주

“재미있는 얘기 좀 해 봐!” 사람들이 모이면 누군가가 꼭 이런 제안을 합니다. 그러니 어디를 가도, 하다못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뭔가 새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관심을 유도하려 들지요. 사실 무엇이든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이야기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들려줄 수도 있어요. 똑같은 이야기라도 어떻게 전달하는가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생존을 생각한다면 무엇보다 어떤 내용을 담았는지가 중요해요. 오늘 소개할 책은 그런 생명력을 가진 이야기에 관한 것입니다. 유대인들이 즐겨 부르던 ‘내게는 낡은 오버코트가 있었네’란 민요를 바탕으로 쓴 이야기라고 해요.

젊은 시절 재단사였던 할아버지는 결혼식을 위해 푸른 옷감으로 코트를 만듭니다. 그 코트는 시간이 지나 재킷이 되고, 조끼가 되고, 넥타이도 되며, 생쥐인형이 되었다가 진짜 생쥐의 보금자리가 됩니다. 그러다 완전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려요. 한 번 만든 옷은 여러 번 고치고 꿰매는 과정을 거쳐 오랜 세월 중요한 순간마다 함께했습니다. 푸른 옷감은 닳고 닳아 완전히 사라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를 거쳐 간 이들에겐 소중한 추억이 되었지요. 할아버지의 코트는 사라졌지만 그 모든 일은 ‘이야기’에 담겨 영원히 사라지지 않게 되었답니다.

새로운 것이 넘쳐나는 시절에 태어나 어느 하나 지키고 싶은 것도 없게 보이는 세대에는 어쩌면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알뜰하고 소박하게 스스로 가꿔온 삶의 자세가 아름답다는 점은 공감할 것입니다. 혹시 또 모르지요. 올 풀린 스웨터와 양말로 무언가 만들고 싶어지는 날이 오게 될지도요.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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