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백성의 고된 삶을 위로했던 조선시대의 연예인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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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엔터테이너/정명섭 지음/240쪽·1만5000원·이데아

가수를 발굴하는 한 오디션 프로에는 해마다 새로운 예비스타들이 쏟아진다. 한동안 비슷한 프로들이 우후죽순처럼 나와 가수 지망생들이 남아 있겠냐는 세간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끼 넘치는 사람들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옛날은 어땠을까. 반상(班常)의 구분이 엄격하던 그때 그 시절에도 넘치는 끼를 주체하지 못하던 사람들이 살지 않았을까. 이 책은 이런 궁금증을 단번에 해결해 준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책 속에는 비범한 삶을 산 조선시대 32명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독보적으로 못생긴 얼굴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준 ‘조선판 개그맨’, 과거 시험 족집게 강사, ‘색드립’의 1인자 등 ‘별의별’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들 중 몇몇은 ‘최 가’ ‘엄 도인’ ‘뱁새와 황새’와 같은 별칭으로 이름조차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다. 수백 년이 지나서야 이들의 삶은 ‘엔터테이너’라는 호칭으로 재조명됐다. ‘조선백성실록’ ‘조선의 명탐정들’ ‘역사 라듸오 조선 그날’ 등을 쓴 저자는 역사 뒷골목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하층민의 일화를 담은 조선 후기 시인 조수삼의 한시 ‘추재기이’에서 영감을 얻은 저자는 각종 논문과 글을 참고해 이야기를 완성했다. 조선 최초의 여류 소리꾼 진채선을 발굴해낸 신재효 이야기도 들어 있다. 25일 개봉하는 영화 ‘도리화가’는 이들의 스토리를 다뤘다.

책은 교과서에서 볼만한 딱딱한 내용이 아니라 흥미롭다. 하지만 오늘날이었다면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겠지만 시대를 잘못 만난 이들의 이야기라 한편으로 ‘웃프다’. 홀대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은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한류문화도 있지 않았을까.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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