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화재때 ‘50대 여성義人’ 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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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루라기 불며 130명 대피시키고 본인은 불길에…
협력업체 수습직원 故장숙희씨

10일 발생한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화재 때 50대 여성 근로자가 발 빠른 대처로 대형 참사를 막고 안타깝게 숨진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20일 거제경찰서와 대우조선노조에 따르면 당시 화재 직전 LPG 운반선 탱크에는 근로자 130여 명이 작업 중이었다. 이때 불이 나면서 시커먼 연기가 곳곳에 퍼지자 협력업체 근로자인 장숙희 씨(51)가 어두운 탱크 안을 돌며 “불이 났다”고 외치고 호루라기를 불었다. 장 씨는 평상시 화재 원인 물질을 제거하고 비상시 근로자를 대피시키는 ‘화재감시자’를 맡고 있었다.

탱크 내부는 칸막이가 많고 비좁아 불이 나도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다. 그러나 장 씨의 기민한 대응으로 대부분의 근로자가 탈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장 씨는 다른 근로자 1명과 함께 숨졌다. 부상자는 6명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근로자는 경찰 조사에서 “작업을 마칠 무렵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불이야’라는 고함이 들려 곧바로 대피했다”고 진술했다. 다른 여러 명의 직원도 비슷하게 증언했다. 장 씨는 대우조선 협력업체인 J사 화재감시팀 소속 수습사원이다. 4개월 교육을 받고 현장에 배치된 지 한 달도 안 됐다.

거제=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대우조선#화재#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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