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142>여자들의 우정이 확실히 다른 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밤새 연락이 끊겼던 아내가 아침에 돌아와 “친구 집에서 잤다”고 말했다. 남편이 아내 친구 10명에게 전화로 확인했다. “맞다”고 대답한 친구는 한 명도 없었다.

남편이 아침에 들어왔다. 아내는 남편 친구 10명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중 8명이 “우리 집에서 자고 갔다”고 했다. 나머지 두 명은 “옆에서 자고 있다”고 했다. 남자의 우정과 여자의 우정은 차이가 있다. 어느 쪽이 진실한 우정인지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모임의 홍일점 여성이 오랜 친구와 다퉜다고 고백을 했다. 다시는 얼굴 보지 말자고 다짐까지 했다는 것이다.

“남자 친구들만 있으면 좋겠어요. 여자끼리는 너무 피곤하거든요.”

자초지종은 이랬다. 친구의 전화 통화를 몇 시간씩 참고 들어주었는데, 막상 그녀가 힘들 때 전화를 걸었더니 바쁘다는 핑계로 외면을 당했다는 거였다. 남자들에겐 그게 왜 싸울 이유가 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여성의 인간관계는 촘촘한 감정의 주고받음으로 형성된다. 속이 좋지 않을 때에는 주변 누군가에게 털어놓아야 뭉친 감정이 풀린다. 상대의 감정을 알아주고, 내 감정을 인정받음으로써 돈독한 사이임을 확인한다. 그래서 통화를 했다 하면 몇 시간씩인 것이다. 한데 자기가 받을 차례에서 공감과 위로를 거절당하고 나면 배신감이 분노로 달아오른다.

그래서인지 수시로 뒤집힌다. 단짝으로 붙어 다니다가도 각자 다른 자리에선 “재수 없다”며 상대를 욕한다. 평소 눈도 마주치지 않던 두 여직원이 신입 여사원 앞에서는 둘도 없는 사이처럼 친한 척을 한다. 남자들 사이에서는 용건 위주의 대화가 대부분이므로 여성들 간에 일어나는 이런 내밀한 과정을 여간해선 짐작하기 어렵다.

홍일점 여성에게 모임의 동년배 남성이 우쭐대며 말했다. “우정이라는 게 대신 죽어줄 수도 있는 건데 툭하면 질투를 하니까 ‘여자의 적은 여자’란 말이 나오는 것 아닐까?” 그녀가 콧방귀를 뀌고는 말했다. “그러면 남자들은 대신 죽어줄 수도 있는데, 왜 빚보증 서 달라고 해서 남의 엉뚱한 가정까지 파탄을 내는 건데? 남자들한텐 그게 우정이니?”

네 명의 남자 중 어느 누구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마크 트웨인도 말했다. ‘우정은 달콤함과 은근함, 신의와 인내로 평생 동안 지속된다. 돈만 빌려달라고 하지 않는다면.’

상황이나 명분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일부 남자는 가족보다도 친구를 우선순위에 놓기도 한다. 그러나 거의 모든 여성은 우정이 아닌 가족을 선택한다. 아무리 오래된 친구 사이라도 내 남편이나 아이를 깔본다고 느끼는 순간, 미련 없이 관계에 마침표를 찍는다. 이 점은 분명히 다르다.

한상복 작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