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쿠보와 테하다의 자충수, 그래서 더 빛나는 김인식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21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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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 한국야구대표팀 김인식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프리미어12 한국야구대표팀 김인식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도쿄돔 안방에서 짜여진 각본처럼 준비해놨던 잔칫상이 엎어진 일본엔 허탈감과 분노만 남은 분위기다.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 준결승에서 한국에 3-4 역전패를 당한 다음날인 20일 일본의 ‘닛칸스포츠’는 ‘오타니를 바꿔서 졌다. 고쿠보의 실패’라고 1면 톱기사 제목을 뽑았다. 7회까지 무려 11탈삼진을 기록하며 1안타 무실점으로 한국을 완벽히 틀어막던 선발 오타니 쇼헤이(21·니혼햄)를 왜 바꿨느냐는 질책이 담겨있다.

실제 7회까지 오타니의 투구수는 85개에 불과했다. 일본의 불펜진이 불안했던 것을 감안하면 최소 1이닝은 더 갈 수 있었다. 그러나 고쿠보 히로키 일본 대표팀 감독은 오타니를 8회부터 내렸고, 결국 9회 3-0 리드를 못 지키는 ‘탈’이 났다.

프리미어12 일본야구대표팀 고쿠보 히로키 감독.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프리미어12 일본야구대표팀 고쿠보 히로키 감독.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닛칸스포츠’는 ‘굴욕’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감독에게 관용적인 일본 언론의 풍토에서 이례적으로 불펜투수 엔트리를 제대로 짜지 못한 고쿠보 감독의 책임도 언급했다. 고쿠보 역시 “선수 구성을 제대로 하지 못한 내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대표팀은 1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 당시 선발 루이스 페레스에게 막혀 6회까지 1안타 무득점으로 답을 찾지 못했다. 0-1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이미 8일 일본과의 개막전을 패했기에 2연패로 완전히 몰릴 수 있는 위기였다. 그런데 도미니카공화국 미겔 테하다 감독이 7회 돌연 페레스를 내리고 프란시스코 론돈을 투입했다. 이때부터 대표팀의 방망이는 물꼬를 텄고, 이대호의 역점 2점 홈런을 시작점으로 해서 10-1 역전승을 일궈냈다.
푸에블라 패러츠 미겔 테하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푸에블라 패러츠 미겔 테하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미겔 테하다는 현역 시절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만능 유격수였다. 영화 ‘머니볼’의 배경이었던 2002년 오클랜드 20연승의 주역이기도 했다. 고쿠보 역시 현역 시절 소프트뱅크, 요미우리 등 퍼시픽리그와 센트럴리그 최고 명문팀의 리더이자 중심타자를 맡았던 타자였다.

그러나 지도자로서 이들은 국제무대에서 나란히 밑천을 드러냈다. 대한민국 야구대표팀 김인식 감독의 ‘기다림의 미학’에 걸려든 것이다. 왜 김 감독이 ‘국민감독’으로 추앙받는지 일본과 도미니카공화국 스타 감독들의 자충수를 보면 알 수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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