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조심해!… 서방 對테러 전선 휘젓는 ‘지하드 제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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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와의 세계대전]IS의 또다른 무기 ‘여성’

18일 새벽 파리 북부 생드니의 아파트에서 벌어진 파리 테러 총책 압델하미드 아바우드(27)의 검거 작전에서 한 여성 용의자가 경찰을 향해 총을 쏘며 저항하다 자살폭탄 조끼를 터뜨려 자폭한 것이 화제가 됐다.

아바우드의 사촌으로 알려진 그의 이름은 아스나 아이트불라센(26). 그의 이름으로 개설된 페이스북에는 짙은 푸른색 히잡을 쓴 젊은 아랍계 여성이 양손을 ‘브이(V)’자 모양으로 한 채 정면을 응시하는 사진이 게시돼 있다.

가디언, 르파리지앵 등에 따르면 아이트불라센은 모로코계 프랑스인으로 1989년 파리 근교 클리시 라 가렌에서 태어났다. 2012년까지 생드니 인근의 한 건설회사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경찰은 그가 아바우드에게 은신처를 제공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그가 이번 파리 테러에 직접 가담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18일 파리 테러범 검거작전에서 자살폭탄 조끼를 터뜨린 아스나 아이트불라센의 이름으로 개설된 페이스북에 올라와 있는 사진. 아스나 아이트불라센 페이스북 캡처
18일 파리 테러범 검거작전에서 자살폭탄 조끼를 터뜨린 아스나 아이트불라센의 이름으로 개설된 페이스북에 올라와 있는 사진. 아스나 아이트불라센 페이스북 캡처
서구 언론들은 아이트불라센처럼 최근 IS의 주요 테러 사건에 등장하는 여성 테러리스트들을 ‘지하드 제인(Jihad Jane)’이라고 부른다. CNN은 “여성 테러리스트들은 당국 수사망을 피하기 쉬운 데다 일반인들도 이들을 경계하지 않아 더 위험하다”고 분석했다.

‘지하드 제인’의 시초는 2005년 11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 호송 차량을 향해 자폭테러를 벌인 벨기에 백인 여성 뮈리엘 드고크(당시 38세). 제빵사로 평범한 삶을 살던 그는 모로코계 무슬림 남편을 만나 극단주의에 물들었고 테러리스트로 변신했다.

올해 1월 프랑스 풍자잡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 당시 파리 시내 유대인 식료품점에서 인질극을 벌이다 숨진 세네갈계 프랑스인 아메드 쿨리발리의 아내 아야 부메디엔(26) 역시 지하드 제인으로 악명을 떨쳤다. 그는 남편 쿨리발리가 인질극 전날 파리 남부에서 여성 경찰관 한 명을 죽일 때 당시 현장에서 이를 도왔다. 알제리계 프랑스인인 부메디엔은 테러 공범으로 경찰 수배를 받았지만 유유히 종적을 감췄고 아직도 행방이 묘연하다.

2013년 67명이 숨진 케냐 나이로비 쇼핑몰 테러 주동자인 영국 백인 여성 서맨사 루스웨이트(32)도 마찬가지. 그는 2005년 7월 영국 런던 지하철 테러의 주범인 저메인 린지의 아내로 2014년 초부터 시리아의 이슬람국가(IS) 본부에서 여성 테러대원을 훈련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언론은 루스웨이트가 IS에서 ‘스페셜 원’으로 불릴 만큼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9년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마호메트)를 조롱한 스웨덴 만화가 라르스 빌크스 살해를 시도한 미국 백인 여성 콜린 라로즈(51)는 지난해 1월 미국 연방법원으로부터 10년 형을 선고받고 미국 감옥에 수감돼 있다.

직접 테러에 가담하지 않는 대신 후방에서 IS의 선전선동 전략에 가담하는 여성도 있다. 영국 버밍엄의 평범한 주부였던 백인 여성 샐리 존스(46)는 몇 년 전 25세 연하의 IS 대원 주나이드 후세인(21)과 재혼했다. 후세인을 따라 시리아로 건너간 그는 이곳에서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서구 소녀들을 시리아로 회유하는 일을 담당했다. 둘은 영국 언론으로부터 ‘미스터 앤드 미시즈 테러(Mr. and Mrs. Terror)’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후세인은 올해 8월 미군 드론 공격으로 숨졌으나 존스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싱크탱크 뉴아메리카재단에 따르면 IS의 테러가 본격화된 지난해에만 IS 합류를 위해 시리아 입국을 시도하다 체포된 여성이 455명이다. 이 중 약 8%(36명)가 서구 국적자로 이들의 평균 연령은 불과 18세다. 미 테러전문가 재럿 브라크먼은 저서 ‘글로벌 지하디즘’에서 “지하드 제인은 광적인 축구팬과 비슷하며 그들이 즐기는 스포츠가 테러”라고 했다. 존스가 영국 10대 소녀들을 회유할 때도 “지하드 전사의 신부가 되면 돈을 벌 필요도, 공부를 할 필요도 없다. 모두가 당신을 여신처럼 공경하고 떠받드니 시리아로 오기만 하면 된다. 멋진 인생이 펼쳐질 것”이라는 식으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 PD도 “IS는 사막의 노을, 맛있는 음식 등 이국적인 삶을 강조하면서 돈을 벌 필요도, 공부를 할 필요도 없다며 순진한 여성들을 끌어들인다”며 “무슬림 전사의 아이를 낳고 그들을 내조하는 일이 고국에서는 하기 힘든 매우 중요하고 존경받는 일이라고 세뇌한다”고 했다. 캐서린 브라운 런던 킹스칼리지대 교수는 “지하드 제인은 대부분 서구사회에서 차별받는 무슬림계이거나 백인이더라도 하층민”이라며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은 무슬림 남성보다 눈에 띄기 때문에 특히 더 많은 차별과 폭력에 노출되는데 이때 느낀 피해의식이 이들을 극단적 행동으로 몰고 간다”고 지적했다.

:: 지하드 제인 ::

이슬람 성전(聖戰)을 뜻하는 단어 ‘지하드’에 미국 유명 여배우 데미 무어가 미 해군 특수부대원으로 출연한 1997년 작 ‘지아이(GI) 제인’의 주인공 이름 ‘제인’을 합쳐 만든 단어. 서구 언론이 ‘자생적 여성 테러리스트’를 뜻하는 말로 사용하고 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is#세계대전#테러#파리테러#여성#지하드 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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