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2회 휴업, 영업자유 침해 아냐… 골목상권 보호-상생 공익 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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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대형마트 의무휴업 정당”

‘골목상권 보호냐, 소비자 선택권 보장이냐.’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등을 놓고 지방자치단체와 유통업체 간 벌어진 3년여의 법정 다툼에서 대법원이 지자체의 손을 들어줬다. 지자체는 관련 조례의 법적 타당성을 인정받았지만 소비자 선택권 보장을 위한 다양한 해법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 “영업자유 침해 아니다”

대법원은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얻을 수 있는 공익이 크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소비자의 불편은 감내할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소비자 이용 빈도가 비교적 낮은 심야나 새벽 시간대의 영업만을 제한하는 것이고, 의무휴업일도 한 달에 2일이어서 영업의 자유나 소비자 선택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단에는 소상공인진흥원과 시장경영진흥원이 2012년 5월 27일과 6월 10일에 실시한 각 의무휴업일의 경제효과 조사 결과도 반영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 소매업체와 전통시장의 매출액과 평균 고객이 의무휴업일이 없던 기간에 비해 각각 10.3%와 10% 증가했다.

대법원은 또 지자체의 영업시간 제한 근거가 된 ‘옛 유통산업발전법’에 규정된 ‘대형마트’에 이번 소송을 낸 롯데마트 청량리점, 홈플러스 동대문점 등이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이 법에는 ‘지자체는 대규모 점포와 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2심 재판부는 ‘대형마트’의 요건으로 ‘점원 도움 없이 소매하는 점포 집단’이라고 한 이 법 규정을 근거로 이들 점포가 대형마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지자체의 영업시간 제한이 위법하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고들에 대해 “일단 대형마트로 개설 등록되었다면 등록된 형식에 따라 대규모 점포를 일체로 판단해야 한다”며 “개별 점포의 실질이 대형마트 요건에 부합하는지 살필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이들 점포를 대형마트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형식상 대형마트 여부를 논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취지다.

헌법 119조 제2항에 규정된 ‘경제 민주화’ 원리에도 부합한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은 “공공복리를 실현하기 위해 법률로 경제주체의 경제활동을 제한하더라도 정당한 목적과 합리적인 수단에 의하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면 해당 경제주체는 이 제한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 접점 찾기 위한 시도 이어져

지자체들은 대법원의 판결에 일제히 환영하고 나섰다. 서울 성동구는 “영세상인 보호와 상생발전의 기대에 부응한 판결을 적극 환영한다”며 “앞으로 대형마트와 대기업슈퍼마켓(SSM)의 의무휴업일을 월 2회로 유지하고 영업제한 시간을 늘려 전통시장 활성화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대형마트 측은 “아쉽지만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진정으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반영되길 바랐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희비가 엇갈렸지만 양측 모두 중소상인 보호와 소비자 선택권 보장 간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도 곳곳에서 시도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소비자 선택권 존중을 위해 의무휴무일을 일요일이 아닌 평일로 바꾸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 지원, 영업 노하우 전수 등을 통해 골목상권, 중소상인과의 상생을 꾀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전국 228개 기초자치단체 중 대형마트, 대기업슈퍼마켓 등이 있는 지자체는 175곳이다. 이 중 151개(86.3%) 지자체가 의무휴업 조례를 시행 중이다. 20개 지자체에서는 대형마트들이 자율적으로 휴무를 시행하고 있다.

의무·자율휴업을 시행하는 지자체 가운데 서울 25개 자치구를 포함한 127곳이 둘째, 넷째 주 일요일 휴무를 적용하고 있고, 나머지 44곳은 평일과 전통시장 장날 등 지역 상황에 따라 휴무를 실시하고 있다.

배석준 eulius@donga.com·김재영·신동진 기자
#대형마트#의무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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