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고성호]지도부 합의도 휴지조각 만드는 여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고성호·정치부
고성호·정치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즉시 가동해 2015년 11월 20일(금)까지 선거구 획정안 관련 지침을 선거구획정위원회에 전달한다.’

불과 사흘 전인 17일 여야 원내지도부 6명은 이 같은 내용의 ‘합의사항’ 문서에 직접 서명했다. 지난주 당 대표들까지 나서서 나흘간에 걸쳐 마라톤 회동을 했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하자 스스로 획정 기준을 제시하는 날짜까지 못 박은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역시나’였고 국민과의 약속은 또다시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내년 4월 총선의 선거구 획정안의 법정 처리 시한(11월 13일)도 어긴 정치권이니 양당 간 합의 정도는 눈도 깜빡하지 않고 휴지 조각으로 만든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여야는 합의 시한을 지키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정개특위 전체회의를 한 번이라도 열어 협상하는 시늉이라도 보여 줬어야 했는데 이날까지 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결국 여야 합의는 “선거 룰도 못 정하느냐”는 국민의 비판을 잠시 모면하기 위한 ‘정치적 쇼’였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10월 상황도 비슷했다. 지난달 5일 여야 원내지도부는 ‘농어촌 지역 의석이 줄어드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정개특위가 조속한 시일 내에 강구하도록 한다’고 친필 서명을 넣어 가며 합의문까지 작성했지만 정개특위는 가동되지 않았다. 두 달 전, 그러니까 9월 23일 회의 이후 현재까지 단 한 차례의 회의도 열리지 않았다.

여론의 뭇매를 의식한 듯 여야는 이날 “23일 정개특위 전체회의를 연다”고 급하게 합의했다. 선거구 획정을 위한 논의를 다음 주 재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기본적으로 여당은 ‘지역구 의석 증가-비례대표 의석 감소’를, 야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의견을 고수하고 있어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선거구 획정 합의는 처음부터 정개특위 차원에서 이뤄지기 어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여야 대표 등 지도부가 다시 담판에 나서지 않으면 꼬여 있는 실타래를 풀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무급인 정개특위에서 논의하며 허송세월하기에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불과 20여 일 뒤인 12월 15일은 총선 출마자들의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날이다.

고성호·정치부 sungho@donga.com
#지도부#합의#새누리당#새정치민주연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