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침몰! 9회 기적의 역전승

‘대한민국 4번타자’ 이대호가 19일 도쿄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 12’ 일본과의 준결승전 9회초 무사만루서 4-3으로 뒤집는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낸 뒤 1루서 오른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이대호 천금의 결승타…일본 잔칫상 뒤엎었다

한국, 프리미어 12 결승 진출

9회초 0-3 상황서 오재원 안타로 포문
손아섭·정근우 연속안타 등 타자 일순
멕시코-미국 승자와 21일 결승 격돌

이런 짜릿한 드라마가 있을까. 역대 한일전에서 가장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한국야구가 일본의 심장 도쿄돔을 폭격했다. 그토록 우승을 갈망하며 유난을 떨었던 일본의 잔칫상을 엎어버렸다. ‘11.19 도쿄대첩’은 한국야구사에 영원히 아로새겨질 듯하다.

한국은 19일 도쿄돔에서 열린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 준결승전에서 일본에 4-3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로써 한국은 21일 오후 7시 도쿄돔에서 결승전을 치르게 됐다. 결승전 상대는 20일 멕시코-미국의 또 다른 준결승전 승자다.

한국은 8회까지 일본 마운드에 1안타로 눌리며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4회말 3점을 내주며 0-3으로 끌려갔다. 그러나 태극전사들에게 포기란 없었다. 패색이 짙던 9회초, 김인식 감독의 승부사적 기질이 ‘기적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선두타자 양의지 타석 때 벤치에 앉혀뒀던 오재원을 대타로 내세웠다. 오재원은 일본 2번째 투수 노리모토 다카히로를 상대로 좌전안타를 치며 기적의 팡파르를 울렸다. 김 감독은 이어 김재호 타석 때 다시 대타 손아섭을 투입했다. 손아섭은 중전안타를 치며 무사 1·2루 찬스를 만들었다. 여기서 이전까지 한국의 유일한 안타를 기록했던 1번타자 정근우가 시원한 좌익선상 2루타를 때리며 한국의 첫 득점을 생산했다. 이어 이용규의 사구가 이어지면서 무사만루의 황금찬스가 차려졌다.

일본은 급했다. 마무리투수로 점찍은 좌완 마쓰이 유키로 교체했으나, 김현수가 침착하게 밀어내기 볼넷을 골라 2-3으로 따라붙었다. 그러자 일본은 다시 우완 마스이 히로토시로 바꿨다. 여기서 ‘대한민국 4번타자’ 이대호는 좌익선상으로 총알 같은 타구를 날려 2명의 주자를 불러들였다. 4-3 역전. 한국 덕아웃의 선수들은 일본의 수도 도쿄에서 일제히 만세를 부르며 환호했다. 일본 선수들과 관중은 침묵에 빠졌다.

이후 박병호의 직선타구가 유격수에게 걸리고, 계속된 2사 만루서 타자일순해 다시 타석에 들어선 오재원의 잘 맞은 타구가 중견수의 호수비에 걸려 추가점을 뽑지 못했지만, 승부의 흐름은 이미 한국으로 넘어왔다. 한국은 9회말 6번째 투수로 국가대표 터줏대감 정대현을 투입했다. 2사 후 나카타 쇼에게 중전안타를 맞자 다시 마무리투수 이현승으로 교체했다. 이현승은 마지막 타자 나카무라 다케야를 3루수 앞 땅볼로 처리하면서 한국은 기적의 대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한국은 일본 선발투수 오타니 쇼헤이에게 7회까지 삼진 11개를 당하며 1안타 1사구 무득점으로 압도당했지만, 불굴의 정신력으로 대역전극을 만들었다. 선발투수 이대은이 3.1이닝 3실점(1자책점)으로 물러났지만, 차우찬∼심창민∼정우람∼임창민∼정대현∼이현승의 환상적인 이어던지기로 추가 실점을 막아 대역전극의 발판을 만들었다.

도쿄돔(일본)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