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일본 우승 시나리오? 한국엔 안 먹힌 꼼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20일 05시 45분


프리미어12 한-일 준결승전이 치뤄진 도쿄돔 전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프리미어12 한-일 준결승전이 치뤄진 도쿄돔 전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경기일 변경·한일전 日심판 배정’ 도루묵

“정신적으로 지쳤다!”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에 출전한 한국대표팀이 지쳤다. 애초부터 너무 빡빡한 일정이었다. 한국시리즈를 치른 삼성(3명)과 두산(8명) 선수들은 하루만 쉬고 대표팀에 합류했다.

지칠 대로 지친 한국대표팀을 더 힘들게 만든 것은 정신적 부분이었다. 김재호(두산)는 “일본이 우승하게끔 유리하게 일정을 끌고 가는 것 아닌가”라며 “몸이 힘든 건 국가대표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련의 일들이 정신적으로 지치게 만든다”고 토로했다.

프리미어 12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야구의 정식종목 부활을 위해 창설됐다. 자연스럽게 올림픽 개최국 일본이 주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본의, 일본에 의한, 일본을 위한 대회가 되면서 부작용이 발생했다.

한국은 굳이 대회 개막전(8일)을 삿포로돔에서 치러야 한다는 일본 때문에 ‘일본→대만→일본’으로 이어진 살인일정을 소화했다. 일본이 4강에 들지 못하면 20일, 4강에 오르면 19일 경기를 치른다는 방침 때문에 18일 오전 일찍 대만에서 일본으로 넘어와야 했다. 새벽 4시30분에 이동하느라 지친 선수들은 18일 오후 도쿄돔에서 진행된 공식 훈련 때 극심한 피로를 호소했다. 이에 대해 WBSC 측은 “일본에만 특혜를 준 것이 아니다. 한국도 오전과 오후 항공편을 선택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에 선택권이 주어졌다. 그러나 의미는 없었다. 공식 훈련시간이 일본은 오후 8시, 한국은 오후 3시였다. 오전 비행기를 타지 않으면 도쿄돔 적응훈련 없이 19일 일본과의 준결승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뿐이 아니다. 일본야구기구(NPB)는 “일본의 4강 진출 여부에 따라 준결승 일정을 조정한다는 대회 조항은 팬들의 티켓 구매 편의를 위해 처음부터 결정된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번 대회에 정통한 관계자는 “일본이 결승에 올라간다고 보고 유리하게끔 처음부터 조항을 넣은 것 아니겠느냐”며 혀를 찼다.

준결승 당일에는 가와구치 고다 심판을 좌선심으로 내세웠다. 대표팀은 곧바로 항의했지만 ‘심판 배정은 WBSC 조직위가 배정에 관여하지 않지만 규정상 동일국적 심판은 주심-루심을 제외하고 선심은 가능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프리미어 12는 4년마다 개최되는 대회로 계획됐다. 그러나 야구의 올림픽 재진입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일본의 잔치로 만들려는 ‘꼼수’로 인해 초대 대회의 의미는 크게 퇴색됐다. 2019년 대회가 정상적으로 치러질 수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도쿄돔(일본)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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