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스피드 보다 목적타 서브, 남자부 ‘플로터서브’ 대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20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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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그로저. 스포츠동아DB
삼성화재 그로저. 스포츠동아DB
■ 올시즌 서브 변화

리시브 약한 곳 등 집중공략 효율성 인정
삼성화재 그로저 괴력 서브, 에이스 1위
여자부 새 용병 기량 떨어져 서브도 약화


배구는 서브∼리시브∼토스∼스파이크의 순서로 플레이가 진행된다. 배구인들은 “그 순서가 중요도 순서”라고 말한다. 서브는 다른 선수의 도움 없이 혼자 득점하는 유일한 기술이다.

서브 기록을 살펴보면 팀이 추구하는 배구의 색깔이 잘 드러난다. 지난 시즌 V리그 남자부 성적은 서브 성적과 정확히 일치한다<표 참고>. 세트 평균 에이스 확률이 높은 팀의 순서대로 성적이 나왔다. 서브가 강해지만 에이스도 많이 얻지만, 상대의 리시브를 흔들어 자기 팀의 플레이가 수월하게 유도할 수 있다. 그래서 유리하다.

17일 현대캐피탈은 KB손해보험의 ‘모 아니면 도’ 식의 강한 서브에 밀려 1∼2세트 고전했다. 팀의 장기인 스피드 배구를 구사할 경황이 없을 정도로 리시브가 흔들렸다. 배구 감독들은 항상 “리시브가 승패를 가른다”고 말한다.

OK저축은행은 지난 시즌 특히 서브가 강했다, 시몬, 송명근이 강타 위주의 서브로 상대를 공격했다. 그 서브 덕분에 리시브 부담이 컸던 삼성화재의 8시즌 연속 우승의 꿈을 무너뜨렸다. 정규시즌에 그렇게 많았던 OK저축은행의 서브 범실이 챔피언 결정전에선 줄었다. 반대로 삼성화재의 목적타 서브를 OK저축은행 리베로 정성현과 송희채가 잘 버텨내면서 경기 양상이 달라졌다.


● 플로터서브의 효율성이 커진 남자부

삼성화재 새 외국인선수 그로저는 18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5∼2016 NH농협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OK저축은행과의 홈경기에서 한 경기 최다 에이스 신기록(9개)을 작성했다. 종전 기록은 현대캐피탈 숀 루니와 한국전력 정평호가 만든 8개. 그로저의 서브에 눌린 디펜딩 챔피언 OK저축은행은 5연승에서 멈췄다. 팀의 장기인 속공을 평소보다 많이 살리지 못했다.

이날 경기는 상징적이었다. 그동안 삼성화재는 파워보다는 정확도 위주의 목적타를 선호하던 팀이었다. 다른 팀들보다 세트 평균 1개, 팀 전체 평균 2∼3개 범실이 적었던 팀이었다. 서브 범실로 상대에 점수를 주기보다는 높은 확률의 목적타 서브를 넣은 뒤 상대의 공격은 블로킹과 수비로 잡아내거나, 외국인선수를 이용한 2단 공격으로 반격하는 것이 삼성화재의 공격 패턴이었다. 그런 삼성화재가 올 시즌 서브에서 눈에 띄게 변했다. 에이스가 세트 평균 0.96개에서 1.33개로 급등했다. 7개 구단 가운데 최고다. 그로저 덕분이다. 류윤식의 서브와 유광우의 플로터서브도 변화가 심해 상대가 힘들어한다.

남자부는 전체적으로 서브가 지난 시즌보다 강해졌다. 최근에는 스파이크서브보다는 플로터서브의 효율성이 각광받는다. 10년 이상 외국인선수들의 강한 스파이크서브를 받아온 국내선수들의 대처능력이 좋아지면서 스피드보다는 변화에 방점을 둔 플로터서브의 장점이 두드러지고 있다. 공의 변화가 많아졌고, 원하는 곳으로 공을 때릴 수 있어 사이드 또는 엔드라인 근처로 붙여 넣거나 리시브 능력이 떨어지는 선수를 집중 공략하는 데 효과가 크다.

한국전력은 에이스 비율이 눈에 띄게 줄었다. 전광인의 부상 후유증과 여러 요인들이 겹쳤다. 새 외국인선수 스토크에 대해서도 신영철 감독은 “공격에 비해 서브 능력이 아쉽다”고 지적한다. 남자부에서 올 시즌 가장 서브를 공격적으로 넣는 팀은 대한항공이다. 그 덕분에 범실 비율도 가장 높다. 대체로 서브가 강한 팀은 상위권이지만 KB손해보험만 예외다.

현대건설 에밀리. 스포츠동아DB
현대건설 에밀리. 스포츠동아DB


● 새 외국인선수제도가 바꾼 여자부 약화된 서브

여자부는 전체적으로 지난 시즌에 비해 서브가 약해졌다. 유일하게 IBK기업은행만이 세트 평균 에이스 비율이 증가했다. 나머지 5개 팀은 모두 떨어졌다. 새 외국인선수의 떨어진 기량은 공격성공률뿐 아니라 서브에서도 드러난다. IBK기업은행은 올 시즌 유일하게 서브 범실이 세트 평균 2개를 넘는다. 에이스가 늘어난 대신 실점 위험성도 커졌다는 얘기다.

눈여겨볼 팀은 도로공사다. 추락 폭이 크다. 니콜과 문정원의 공백 탓이다. 서브 잘 넣는 리베로 오지영도 예전 같지 않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올 시즌부터 새로 바뀐 국제배구연맹(FIVB) 룰에 따라 엔드라인을 종전의 8m와 새로운 6.5m 가운데 하나를 구단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했다. 그 대신 한 번 선택한 엔드라인은 시즌 도중 바꿀 수 없는데, 많은 팀들이 새로운 FIVB 규정을 따랐다. 6.5m로 엔드라인이 짧아지면서 평소 서브를 넣을 때 도움닫기가 길었던 선수들이 타격을 받았다. 오지영도 그런 경우다. 남자는 엔드라인 거리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지만 여자는 다르다.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 가장 서브가 공격적이었지만, 올 시즌 안정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 시즌 폴리는 많은 에이스를 잡아냈지만 범실도 많았다. 올 시즌 에밀리는 에이스와 범실 모두 폴리보다 줄었다. 황연주도 최근 서브의 강도를 줄였다. 황연주는 “에이스를 만들려고 강하게 때리다 실점하는 것보다는 안전하게 넣어 다음을 대비하는 것이 팀에 유리하다고 판단해 지금은 일부러 강도를 줄였다”고 밝혔다.

최근 서브 공격의 트렌드는 거리를 이용한 공략이다. 길게 또는 짧게 넣어 상대 리시버의 중심을 무너뜨리고 있다. 전위 공격수의 위치까지 짧게 넣다가 갑자기 길게 넣는 서브에 수비수들이 애를 먹는다. 상대 라이트 공격수가 전위에 있을 때 최대한 짧게 목적타 서브를 넣어 발을 묶거나 세터로부터 이어지는 공격을 불편하게 만드는 공략법이 효과만점이다. GS칼텍스가 여자부 개막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IBK기업은행을 3-0으로 완파한 원동력이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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