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安·朴연대, 서울시를 野총선에 이용할 작정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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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어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회동해 문 대표가 제안한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3인 공동 지도체제’를 사실상 수락했다. 문 대표가 그제 광주에서 “제가 호남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데 안 전 대표나 박 시장은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며 문-안-박 연대를 공식 제안한 것을 수용한 것이다. 박 시장은 문 대표와 발표한 3개 항의 합의문에서 “현직 시장임을 감안해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제 박 시장이 최창환 서울시 정무수석 명의의 보도자료를 통해 “현행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돕겠다”고 한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적극적인 동참 의사를 표명한 셈이다.

문 대표는 3인 공동 지도체제를 현 지도부 대신 내년 총선을 이끄는 임시지도부로 삼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당 대표 권한 공유는 물론이고 공동 선대위를 구성해 공약 개발과 공천대상자 영입 등을 할 예정이다. 박 시장이 설사 ‘대표’라는 공식 직함을 갖지 않더라도 공천에서부터 총선 지휘에 이르기까지 선거에 관여하게 된다는 의미를 알고도 공동 지도체제를 수락했는지 의문이다.

선출직 공직자인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 국회의원은 정당 가입이 가능하고 일반적인 정치 행위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과 지자체장은 ‘집행기관’이라는 점에서 ‘전문 정치인’인 국회의원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대법원의 판례에 나와 있다. 선거 중립 의무는 특히 중요하다. 중앙선관위가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에 대해 선거 중립 의무 위반 결정을 내린 것도 그 때문이었다.

문 대표와 박 시장에게 묻고 싶다. 만약 새누리당이 자기 당 소속 지자체장이나 박근혜 대통령을 여당의 총선 대비 임시지도부에 포함시킨다면 용인하겠는가. 박 시장이 “현행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돕겠다”고 한 것은 변호사 출신다운 궤변이다. 새정치연합은 최근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심판’이나 ‘진실한 사람 선택’ 같은 발언까지도 선거법 위반 시비를 걸지 않았는가.

지자체장은 예산과 조직 같은 행정력을 동원할 수 있어 특히 선거 개입의 우려가 높다. 같은 당 후보의 선거 공약을 뒷받침하는 정책을 시행할 수도 있다. 하물며 지자체장이 정당 대표의 권한을 공유하는 식으로 정당 업무에 간여하고, 더구나 선거에까지 개입한다면 온 나라가 관권선거 논란에 휘말리게 될 것이 뻔하다. 문 대표가 리더십 위기 탈출용 묘수로 내놓은 제안을 박 시장이 덥석 받을 일이 아니었다.
#박원순#문재인#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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