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찬바람 ‘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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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포화-따뜻해진 겨울 직격탄… 신세계 등 잇단 사업철수
“기능성에 패션 더해 새로운 수요 창출” 골프 의류로 눈 돌려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세가 한계에 다다르면서 브랜드 철수가 잇따르는 가운데 따뜻한 겨울까지 겹치며 업계에 일대 비상이 걸렸다. 한 해 매출의 40% 가까이를 올리는 겨울철 다운재킷 판매량이 따뜻한 날씨에 직격탄을 맞게 생겼기 때문이다. 아웃도어 업체들은 골프웨어나 스포츠웨어로 브랜드 정체성을 변신하는 등 각자의 생존방식을 모색하고 나섰다.

○ 이랜드, 휠라 이어 신세계인터내셔날까지 줄줄이 철수

19일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3년부터 수입해 판매하고 있는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살로몬’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전체 영업이익 규모는 한 해 200억 원 수준인데 살로몬 사업으로 연간 100억 원의 적자를 내왔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사업 철수로 그동안 발생한 100억 원의 손실이 사라져 철수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영업이익이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웃도어에서 손을 떼는 업체들이 올해 들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 휠라코리아는 내달까지 아웃도어 사업을 완전히 접는다고 발표했으며, 아웃도어 브랜드 ‘엠리밋’은 내년부터 아웃도어를 포기하고 스포츠 브랜드로 전환한다. 금강제화는 ‘헬리한센’을 올해 말까지 접기로 결정했고, 이랜드도 ‘버그하우스’를 사업에서 철수했다.

아웃도어 업계는 일련의 현상들을 시장 개편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호황기에 우후죽순 생겨났던 브랜드들 중 철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곳이 한둘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업황이 좋을 때 겨울 제품을 대량 생산했던 아웃도어 업체들은 지난해 겨울부터 재고가 쌓여 처치 곤란한 상태에서 올해도 따뜻한 겨울을 맞으며 비상이 걸렸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는 전년 대비 81%가량 재고량이 늘었다. 네파와 블랙야크도 각각 30% 안팎으로 재고자산이 증가했다. 헤비다운 제품 비중을 낮추고 주력 제품 가격대를 내리는 등 고삐를 죄고 있지만 날씨 운까지 따라주지 않자 밀레, 컬럼비아 등은 가을겨울 신제품을 출시하자마자 할인을 하는 경우도 등장했다.

○ 침체된 아웃도어 틈에 다시 뜨는 골프웨어

성장성이 떨어진 아웃도어 브랜드들을 다수 보유한 종합 패션업체들은 새 먹을거리를 찾아 골프의류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골프의류는 불황 여파 등으로 침체됐으나 지난해부터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재고 고민을 떠안은 아웃도어업체들과 달리 골프의류 브랜드들은 올해 10∼20%가량 물량을 늘렸다.

19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2011년 전후 2% 성장에 머물렀던 골프용품은 9%대로 회복됐다 올해 17.3%로 두 자릿수 성장 중이다. 위호 롯데백화점 골프 바이어는 “대외적으로 정부의 골프산업 활성화 방안이나 인천 프레지던츠컵의 영향이 있었지만 아웃도어를 찾는 고객들이 새로운 제품군을 찾아 이 시장으로 유입된 효과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고객 유출에 대비해 발 빠르게 골프웨어 쪽으로 방향을 튼 아웃도어 업체들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세정의 ‘헤리토리 골프’, K2 ‘와이드앵글’ 등에 이어 올해는 데상트코리아의 ‘데상트골프’, 형지의 ‘까스텔바작’, 리노스포츠의 ‘벤제프’ 등이 새롭게 선을 보였다. 와이드앵글은 반기마다 두 배 이상 성장을 거듭해 올해는 총 650억 원가량의 매출을 낼 것으로 보이며 까스텔바작은 론칭 8개월 만에 100여 개의 점포를 내는 등 성과도 좋은 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능성에 패션 요소를 가미해 일상복 수요까지 잡을 수 있는 새 시장 개척을 모색하는 것”이라며 “포화상태가 된 아웃도어 대신 새로운 시장을 뚫어야 하는 업체들의 자구책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teller@donga.com·최고야 기자
#아웃도어#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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