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인하대, 문과대 구조조정 둘러싸고 내홍 휩싸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정부 ‘프라임사업’ 선정되기 위해 3개 학과 남기고 구조조정 추진
“인문학 본질 외면한 황당한 방안” 문과대 교수회 강력 반발

1981년 설립된 인하대 문과대. 인천지역의 거점 인문학 연구 교육기관으로 성장을 거듭했지만 최근 최순자 총장의 일방적인 학과 구조조정 방침으로 술렁이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1981년 설립된 인하대 문과대. 인천지역의 거점 인문학 연구 교육기관으로 성장을 거듭했지만 최근 최순자 총장의 일방적인 학과 구조조정 방침으로 술렁이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인하대가 문과대 구조조정 문제로 내홍에 휩싸였다. 최근 학교 측이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사업(프라임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하다 학내에서 거센 반발에 부닥치고 있다.

더욱이 최순자 총장이 문과대 조병준 학장에게 거친 표현이 담긴 e메일을 보낸 사실이 공개되면서 내부 갈등은 격화되는 분위기다. 인하대 문과대 교수회가 12일 ‘총장의 문과대 구조조정 발언을 규탄하는 문과대 교수회 성명서’를 발표하자 최 총장은 조 학장에게 성명서 발표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조 학장을 질책하는 내용의 e메일을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인하대와 문과대 교수회에 따르면 최 총장은 6일 미국 출장에 앞서 조 학장을 집무실로 불렀다. 이 자리에서 최 총장은 조 학장에게 “내년부터 문과대를 3개 학과만 남기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 조 학장이 이를 공론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인하대 문과대는 총 9개 학과로 구성돼 있다. 최 총장이 제시한 대학구조조정안에 따르면 영어영문, 일본언어문화, 프랑스언어문화, 철학과 등 4개 학과는 내년부터 교양대로 옮기고 2017년부터 신입생 모집을 중단한다는 것. 또 문화경영, 문화콘텐츠학과는 내년부터 신설되는 융·복합대로 소속을 변경하기로 했다.

최 총장은 이런 내용을 조 학장에게 설명하면서 △한국어문학과는 인하대에 입학할 외국인 학생들의 한국어 교육을 위해 △중국언어문화학과는 황해문화권의 발전을 위해 △사학과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3개 학과의 존치 근거까지 제시했다.

이런 사실이 문과대 교수들에게 알려지자 문과대 교수회가 즉각 반발했다. 12일 ‘총장의 문과대 구조조정 발언을 규탄하는 문과대 교수회 성명서’를 통해 “문과대의 정체성과 인문학의 본질을 외면하고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짓밟은 총장은 일방적이고 황당무계한 문과대 축소 방안을 철회하고 문과대 구성원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문과대 교수회의 성명서가 발표될 당시 미국 출장 중이던 최 총장은 12일 오후 2시경 조 학장을 질타하는 e메일을 보냈다. e메일에는 ‘나와의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습니다. 학장의 발표 능력에 테크닉이 필요할 것 같네요. 학장의 리더십에 의혹이 갑니다. 어떻게 학장을 믿고 학교 일을 할 수 있을는지요’라는 내용이다. 조 학장이 구조조정안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취지다.

조 학장은 원만한 대학 구조조정안을 마련하려는 취지에서 최 총장에게서 받은 e메일을 다른 교수들에게도 알렸다. 인하대의 한 원로교수는 “최 총장의 문과대 구조조정과 관련해 교수, 학생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지 않았고 공감하는 구성원도 없다”고 지적했다.

학내 반발이 심한 가운데 최 총장은 17일 문과대 교수와 만나 “철학과와 프랑스언어문화학과를 교양대로 옮겨 폐지하고 영어영문과 일본언어문화학과는 정원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구조조정 수정안을 제시했다. 일부 학과의 정원 축소 외에 기존 방침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다.

문과대 학생회는 18일 성명서를 내고 “최 총장은 문과대 구성원인 학생이 배제된 구조조정을 당장 철회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하대 관계자는 “대학 구조조정안이 논의 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