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디팩트] 진료보조인력 제도화 둘러싼 의료계 설왕설래

  • 입력 2015년 11월 19일 15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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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 의사 대신해 상처 봉합, 응급환자 초진 보는 경우도 … 병원계 “인력수급 대책 마련해야”

진료보조인력(Physician Assistant, PA)이 전공의 처우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최근 몇년 새 국립대병원에서 근무하는 불법 무면허 진료보조인력의 수가 증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PA제도 양성화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1일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국립대병원 13곳에서 총 632명의 무면허 보조인력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581명에서 51명이나 증가한 수치다.

진료과별로는 외과가 140명(22.2%)으로 가장 많았고 내과 65명(10.3%), 흉부외과 62명(9.8%), 비뇨기과 42명(6.6%), 산부인과 41명(6.5%), 신경외과 41명(6.5%), 마취통증의학과 39명(6.2%) 등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최근 전공의 모집 성적이 부진한 진료과들이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PA를 활용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외과는 전공의 지원율이 2014년에 70% 이하, 올해엔 60% 이하로 떨어지며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 하반기 레지던트 모집의 경우 27개 대학병원이 각각 1~4명의 외과 전공의를 모집했지만 지원자는 0명이었다. 4명을 모집 정원으로 정한 삼성서울병원에서만 유일하게 한 명이 지원했다. 이같은 전공의 기피 현상은 흉부외과, 비뇨기과에도 해당된다.
상대적으로 상황이 괜찮았던 내과도 위기를 맞았다. 이전에는 다른 비인기 진료과에 비해 봉직의와 개원의 중 어느 것을 택해도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돼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분과가 세분화되면서 수련기간이 늘고 정부 정책이 외과의 중증수술에 편중되면서 인기가 조금씩 시들해졌다.

현행법상 PA제도는 불법이지만 여전히 많은 병원들이 암암리에 진료보조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자는 “진료 인프라가 아직도 미흡한 국내 상황에서 불법PA제도를 를 제도화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PA는 잡일 외에는 의사의 진료 및 수술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에 전공의 업무시간이 줄어드는 것과는 연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수련과정의 개선, 의사인력의 재분배, 수련병원의 평준화 등을 체계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진료보조인력을 의미하는 PA가 아니라 무면허보조인력(unlicensed assistant)의 약자인 UA가 옳은 표현이라는 주장도 비아냥도 나왔다.
의료계에 따르면 PA가 해당 교수나 전공의 명의로 처방을 입력하거나 응급실에서 초진을 보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수술 후 봉합이나 응급실 환자 상처봉합 등에 의사 대신 참여해 환자 안전에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는 게 PA제도 양성화의 주요 반대 이유다.

PA는 간호사 출신인 경우가 많다. 간호조무사, 응급치료사, 일반인이 PA가 되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PA도 2~4년의 교육기간을 거쳐 국가공인자격을 획득하지만 국내에서는 PA를 대상으로 한 교육과정이나 자격조건이 없는 상황이다.
병원 측이 PA를 선호하는 것은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한 ‘초짜’ 전공의보다 진료 및 수술 현장에 익숙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공의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열악환 수련환경 속에서 PA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갖게 된다.

이런 불만에 대해 일선 병원들은 정부와 의료계가 합심해 원활환 인력 수급을 위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김용익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한 ‘전공의특별법’이 통과될 경우 당장 전공의를 대체할 만한 인력을 확보해야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새 법안에 따르면 전공의 주 80시간내 근무, 20시간 이상 연속 근무 금지, 연장근무 및 휴가수당 150% 지급 등을 준수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PA제도 양성화가 불발되면 병원 측은 인력 확보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 대학병원 홍보팀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국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성공한 것은 PA 등 보조인력이나 호스피탈리스트 등 대체인력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 가능했던 것”이라며 “특별법은 찬성하면서 PA 등 대체인력은 반대하는 것은 상호모순적인 처사”라고 반박했다.
병협도 “전공의 수련시간 단축시 전공의 업무 일부를 담당할 수 있는 대체인력만 3600여명이 필요하고, 수련병원들은 전체 3500억원의 추가 예산이 소요되는 상황”이라며 “전공의 수련시간 단축시 전공의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인력 수급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대형병원은 물론 지방 및 중소병원의 인력난이 가중되고 환자안전 문제가 야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병원계가 끊임없이 PA 양성화를 요구하자 국회 입법조사처는 제도화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보건복지부도 합법화를 검토해왔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회 등의 반대로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정 의원은 “국립대병원에서 의료법상 근거가 없는 불법적인 PA인력을 운영하는 것은 일부 진료과에서 전공의가 부족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긴 하지만, 병원이 편의에 의해 운영하는 측면이 크다”며 “PA인력은 의료사고 발생 시 법적보호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재 = 박정환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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