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언론중재법 개정해야 하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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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근 언론중재위원회 심리본부장
권오근 언론중재위원회 심리본부장
최근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관련해 사회 일각에서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중 침해배제청구권, 기사 댓글 등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침해배제청구권은 인격권에 대한 계속적인 침해행위로 발생한 상태를 제거하는 것으로, 우리 대법원이 이미 판시한 내용을 명문화한 것에 불과하다. 법원 판례에서 통상 인정되고 있는 법리를 반영한 것이며, 표현의 자유에 미치는 효과를 최대한 고려해 인격권 침해가 중대하거나 계속되는 등의 엄격한 기준이 충족돼야만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삭제청구권이 남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 기사 삭제 때 기사를 포함한 자료들의 역사적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데이터베이스(DB) 삭제는 하지 않고 있다. 단지 이용자들이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인터넷상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는 원 기사를 포함해서 그에 달린 댓글, 복제·전파된 기사(‘펌글’) 등을 통해 발생한다. 따라서 기사 댓글과 펌글이 피해구제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지만, 왜 굳이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 대상이 돼야 하는가에는 논란이 있다. 중재위가 이들에 대한 조정기관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먼저, 기사 댓글은 인터넷의 기능적 상호작용성에서 생겨난 미디어활동의 일부라는 점이다. 하나의 기사에 수십, 수천 건의 댓글이 붙고 있는 온라인 기사게시판은 인터넷 양방향 구조가 새롭게 만든 거대한 ‘독자마당’인 셈이다. 또 댓글이 기사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기사의 신뢰도와 노출 빈도에서 그렇다. 이렇듯 기사 댓글은 정보통신망상의 단순한 정보가 아닌 광의의 미디어콘텐츠로서 언론중재법의 조정 대상이 돼야 마땅하다.

다른 한편 피해자 측면에서 보더라도 기사와 그에 달린 댓글을 둘러싼 분쟁 발생 때 관할기관이 나뉘어서 겪게 될 번잡과 불편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뉴스와 그에 달린 댓글에 관한 분쟁은 한곳에서 한꺼번에 해결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타당하다. 펌글은 원 기사가 카페, 블로그 등에 복제돼 전파된 것으로 원 기사에 대한 피해구제가 전제되고, 이를 근거로 해소된다는 점에서 중재위의 조정 대상이 되는 데에 이견이 없다.

기사 댓글과 펌글의 조정 대상이 게시자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우려는 조정 절차에서 게시자가 당사자에서 배제된다는 오해에서 일어난다. 수많은 기사 댓글과 펌글이 익명으로 게시되는 상황에서 일일이 그들을 당사자로 삼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간편성, 효율성, 형평성을 고려한 국제기준에 맞추어 웹사이트 관리자를 조정 대상으로 하고, 게시자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불복 절차를 명시한 것이다.

법원은 사이버상에서 발생하는 사회 현상들에 대해 법이 뒷받침되지 못할 때 불가피하게 개입하게 되며 사회가 입법이 안 돼 있는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법제를 마련하는 것은 법치주의 실현의 요체다.

권오근 언론중재위원회 심리본부장
#언론중재법#인터넷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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