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은 적고 빚은 많고…한국, 고령층 부채비율 ‘세계 1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8일 1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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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60대 이상 고령층이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의 규모가 소득의 1.6배나 돼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내 집 마련을 위해 빚을 냈지만 이를 갚기에 노후의 소득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8일 내놓은 ‘고령층 가계부채의 구조적 취약성’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60대 이상 고령층의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0.9%로 비교 가능한 16개국 중 가장 높았다. 한국에 이어 네덜란드(105.4%), 미국(94.9%) 등의 고령층이 부채가 많은 편이었다. 이에 비해 독일(37.5%), 프랑스(16.8%), 이탈리아(10.3%) 등의 고령층은 대체로 관리 가능한 수준의 빚만 지고 있었다.

특히 비교대상 15개국의 고령층 부채비율은 전체 연령대의 평균 부채비율보다 낮았지만 유독 한국만 고령층의 부채비율이 전체 연령대 평균보다 높았다. 외국의 고령층이 젊을 때부터 빚을 꾸준히 줄여온 것과 달리 한국의 고령층은 집을 사느라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빚을 진 뒤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미국은 40대 중반부터 부채를 줄이기 시작하는 반면 한국은 50대가 돼서야 부채를 줄이는 것으로 KDI는 분석했다.

아울러 국내 고령층의 전체 소득 중 연금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29%로 독일 고령층 연금소득 비중(70%)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60, 70대는 비정규직으로 일하거나 자영업에 종사하면서 버는 소득이 전체 소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금리가 오르거나 경기가 급랭하면 고령층의 빚 상환부담은 급증하고, 수입은 급감하는 이중고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김지섭 KDI 연구위원은 “원금을 나중에 갚는 일시상환대출방식을 분할상환방식으로 전환하고, 주택연금을 활성화해 고령층이 안정적 수입을 올리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홍수용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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