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대 작아지는 신발·장갑, 살과 나이 때문? 성장호르몬 고장인 말단비대증 때문

  • 입력 2015년 11월 18일 10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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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전국 산들이 단풍으로 울긋불긋하다. 때문에 산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오래 전에 신었던 등산화가 어째 작아서 신을 수가 없다. 장갑도 마찬가지고, 결혼반지도 작아서 낄 수가 없다. 몸이 클 나이는 한창 지났는데 말이다. 살이 찌거나 나이가 들었기 때문이라며 단순하게 새 물건을 살 문제가 아니다. 희귀병인 말단비대증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손발 커지고 시력저하 되면 ‘말단비대증’ 의심
말단비대증은 희귀질환으로 성장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는 질환이다. 흔한 원인은 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기는 것으로 뇌하수체는 우리 몸 안에 분비되는 호르몬들을 관리한다. 여기에 종양이 생겨 성장호르몬 세포를 자극하면 성인이 돼서도 정상범위의 약 17배에 달하는 성장호르몬이 분비된다. 그 결과 갑자기 손과 발, 코와 턱 등 신체 끝부분이 크고 굵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말단비대증은 성장판이 아직 열려 있는 청소년기에 종양으로 키가 2m 이상으로 자라는 ‘거인병’과 다르다.

일반적인 의심증상은 손 또는 발이 커져서 신발이나 반지가 작아지거나 얼굴이 커지고 코나 턱이 커지는 등 신체 끝부분이 크고 굵어지는 것이다. 음성이 굵어지고 시력 이상이나 발기부전이 생길 수도 있다. 전보다 땀을 많이 흘리고 자주 머리가 아프며, 잠잘 때 코를 심하게 골 때도 말단비대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병준 교수는 “말단비대증은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오래 전의 사진과 비교했을 때 손과 발, 코, 턱 등을 중심으로 예전과 다른 외형적인 변화가 있다면 말단비대증을 의심해 보고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할 것”을 강조했다.

일반인보다 사망률 약 2~3배 이상 증가
매년 평균적으로 100만 명당 3.9명이 발생하는 희귀병인 말단비대증은 단순히 신체의 외형적인 변화만을 가져오지 않는다. 외형상의 변화와 더불어 내부 장기들이 커짐에 따라 심혈관계 질환, 고혈압, 당뇨병 등의 합병증에 걸릴 확률이 높아져 말단비대증 환자들의 경우 사망률이 일반인보다 약 2~3배 이상 높다.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매우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병이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40대 이후에서야 진단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말단비대증 환자의 평균 진단 나이는 44.1세로 상당히 늦다. 말단비대증의 증상이 나타날 때부터 확진까지 평균적으로 여성은 약 4.1년, 남성은 무려 8.6년이나 걸렸다. 이런 늦은 진단으로 말단비대증 환자의 82.9%가 발견 당시 1cm 이상의 거대 종양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35세 이전의 젊은 환자일수록 증상이 일찍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 종양의 크기도 크므로 빠르고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1cm 미만은 수술로 완치 가능하지만 약물치료도 중요
말단비대증은 진단과 치료가 늦어질수록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기 때문에 완치될 확률도 낮아진다. 진단은 혈액검사과 뇌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통해 이뤄진다.

말단비대증의 1차 치료 목적은 수술로 뇌하수체 종양을 제거하는 것이다. 수술은 두개골을 절단하는 일반적인 뇌수술과 달리 주로 코를 통해 수술부위에 접근하는 수술법이 사용된다. 직경 1cm 미만의 작은 종양은 수술을 받으면 완치될 확률이 70~90%이다. 하지만, 진단과 치료가 늦어져 종양이 1cm보다 커지면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 이 경우에는 수술 전후 적절한 약물치료로 수술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수술 후 성장호르몬 분비를 관리하기 위해 지속적인 약물치료가 시행되기도 한다.

김병준 교수는 “말단비대증은 합병증을 유발해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희귀병으로, 무엇보다 조기진단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희귀병이지만 적극적인 치료로 완치될 수 있으므로 수술 후에도 꾸준한 모니터링과 약물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본 자료는 해당기관에서 제공한 보도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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