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권 ‘내공’, 이번에도 현란한 ‘초식’ 막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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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기 국수전 도전자 결정전 관심

16일 국수전 도전자결정전 3번기 1국이 끝난 뒤 복기하고 있는 이세돌 9단(왼쪽)과 조한승 9단. 복기를 하는 이 9단의 표정에 자책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국기원 제공
16일 국수전 도전자결정전 3번기 1국이 끝난 뒤 복기하고 있는 이세돌 9단(왼쪽)과 조한승 9단. 복기를 하는 이 9단의 표정에 자책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국기원 제공
부드러운 태극권이 화려한 ‘공격 초식’을 막아 낸다?

59기 국수전 도전자 결정전(3번기)에서 유연한 기풍의 조한승 9단과 다양한 공격을 자랑하는 이세돌 9단이 맞붙었다.

16일 열린 1국. 초반 우하귀 변화에서 실리를 도톰하게 챙긴 조 9단(흑)의 우세로 출발했다. 이 9단이 현란한 초식으로 조 9단의 우세를 뚫어 보려고 했지만 조 9단의 깊은 내공에 번번이 성공하지 못했다. 막판 돌을 던진 시점에서 승부 차는 1집 반 정도. 이 9단의 열화와 같은 추격에 바둑이 미세해지긴 했지만 조 9단은 한 걸음을 끝까지 지켜 낸 것이다. 217수 끝, 흑 불계승.

태극권과 같은 조 9단의 바둑은 2%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기도 하지만 적어도 이 9단의 공격만큼은 여러 차례 무력화했다. 전체 대국 승패는 18승 23패로 조 9단이 열세지만 결정적 순간에 이 9단의 발목을 잡은 적이 많다. 특히 2009년 이후엔 7승 2패로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2013년 제57기 국수전이 대표적인 사례. 당시 이 9단은 국수이던 조 9단에게 도전했다. 이 9단이 2008년 휴직으로 국수 타이틀을 반납한 지 5년 만의 도전이었다. 조 9단은 3연속 우승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당시 국수위 보유 외에는 다른 기전에서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던 상황. 반면 이 9단은 명인전 삼성화재배 춘란배 등 국내외 기전 결승전에 여러 차례 진출하는 등 성적을 내고 있었다. 더구나 이 9단은 중국의 구리 9단과 우승 상금 500만 위안(당시 환율로 약 8억5000만 원)인 역사적 10번기를 앞둔 상황이었다. 바둑계에선 당연히 이 9단의 우세를 점쳤지만 조 9단의 태극권에 속절없이 무너져 1승 3패로 도전에 실패했다.

조 9단은 2009년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4강전에서도 이 9단을 주저앉혔다. 멀리는 2000년 5월 당시 32연승을 질주하던 신예 이세돌 3단의 연승 기록도 중단시켰다.

바둑계에선 기풍상의 상극이 존재한다고 본다. 두 기사와 현재 국내 랭킹 1위인 박정환 9단의 역대 전적을 비교하면 그 차이가 드러난다. 박 9단의 기풍은 침착하면서도 재기 넘치는 양면적 기풍이지만 침착한 쪽에 약간 더 가깝다.

이 9단은 박 9단에게 13승 6패로 큰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 9단의 공격 초식이 박 9단에겐 통하는 것이다. 반면 조 9단은 박 9단에게 3승 7패로 열세. 조 9단의 유연한 태극권이 박 9단에겐 듣지 않는 것이다.

조 9단은 “이 9단의 바둑이 초반에 실패해도 싸움을 벌여 뒤엎는 스타일인데 내 기풍상 그런 싸움에 잘 말려들지 않고 지켜 내는 면이 있다”며 “이 9단에게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해도 이번 승부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도전자결정전 2국은 18일 오전 10시 서울 한국기원에서 열리며 이 9단이 2국을 이기면 최종 3국은 19일 같은 곳에서 열린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태극권#내공#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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