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BS사장 인사청문회, 언론자유 침해 우려 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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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국회에서 고대영 KBS 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지난해 방송법 개정에 따라 도입된 첫 인사청문회였으나 야당 의원들은 공영방송 수장으로서의 자질과 전문성, 공정성 확보 방안을 검증하기보다 ‘사상 검증’에 치중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언제인가를 묻는 질문에 고 후보자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은 1948년이고, 국가 수립도 1948년”이라고 답하자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후보자가 뉴라이트 역사관을 가진 걸 증명했다”며 “건국이라는 표현을 철회하라”고 했다.

고 후보자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언론사 수장이 의견이 대립하는 사안에 대해 개인 의견을 밝히면 나중에 보도나 제작 프로그램에 그 의견이 투영될 수 있다”고 말을 아꼈다. 고 후보자가 공정방송의 의지를 우회적으로 밝힌 데 비하면 새정치연합이 고 후보자의 보도본부장 시절 프로그램 중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도 분위기 축소를 편향 사례로 지적한 것은 다수 국민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과거 방송 내용을 놓고 정파적 관점에서 따지는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KBS 보도국 사람들은 취재 보도를 할 때마다 정치판의 반응을 의식하게 될 것이다. KBS 사장 후보 인사청문회 도입 자체가 그것을 노린 게 아닌지 의문이다. 지난해 여야는 공영방송과 민영방송 모두 노사 동수(同數)의 편성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방송의 자율성과 언론 자유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반대하다 결국 이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KBS 사장 인사청문회 도입에 합의해줬다.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지켜야 할 공영방송사의 사장이 인사청문회 대상이어야 하는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세계 공영방송의 모델인 BBC의 경우 12명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사장 선임을 책임질 뿐, 의회는 개입하지 않는다. KBS 사장 인선에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개입설이 나오는 것도 문제지만 이런 식의 청문회라면 내년 총선과 201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방송사 길들이기란 의구심을 피하기 어렵다.
#kbs#인사청문회#언론자유#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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