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직구’시대… 70조 움직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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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픈하는 온라인 보험슈퍼마켓 미리 살펴보니…

《 ‘여성 30세, 사무직 종사자, 보험기간 7일.’ 가입 조건을 선택한 뒤 상품 비교하기 버튼을 누르니 보험료가 싼 순서대로 각 보험사의 해외여행자보험 상품이 좌르르 펼쳐졌다. ‘A사, 보험료 4500원, 온라인 가입’, ‘B사, 보험료 6600원, 전화 가입.’ 주요 보장 내역과 가격, 가입 방법이 일목요연하게 한눈에 들어왔다. ‘온라인으로 가입’ 버튼을 누르면 해당 보험사 페이지로 이동해 곧바로 보험에 가입할 수도 있다. 굳이 시간을 쪼개 보험설계사를 만날 필요 없이 스스로 입맛에 맞는 보험을 고르고 가입까지 할 수 있는 셈이다. 홈페이지 하단에는 온라인 보험슈퍼마켓 전용 콜센터 번호도 표시돼 있었다. 》

보험료와 혜택 등이 다른 보험 상품을 한 곳에 모아 비교해 보고 곧바로 보험 가입까지 할 수 있는 온라인 보험슈퍼마켓이 30일 처음으로 문을 연다. 일종의 인터넷 보험쇼핑몰로 이곳에서는 실손의료보험, 자동차보험, 여행자보험, 연금보험, 보장성보험, 저축성보험 등 비교적 구조가 단순한 보험상품 6종이 판매된다.

그동안 자동차보험 등 여러 보험상품의 보험료, 가입조건 등을 비교하기가 수월치 않아 똑같은 보험사 상품을 계속 갱신 계약하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앞으로는 보험슈퍼마켓에서 가입조건을 비교해 볼 수 있어 보험사를 옮기는 소비자들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지난달 30일 시행된 계좌이동제가 은행권의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것처럼 보험슈퍼마켓은 보험업계를 뒤흔들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7일 금융위원회가 생명보험·손해보험협회와 공동으로 만든 보험슈퍼마켓을 미리 살펴보니 보험을 어렵고 복잡하다고 느끼는 2030세대가 이용하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금융권은 이 같은 보험슈퍼마켓 도입에 따라 설계사를 거치지 않고 ‘보험 직구(직접 구입)’에 나서는 소비자들이 급증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계좌이동제로 은행 갈아타기가 시작된 데 이어 이번 보험슈퍼마켓 서비스로 보험 소비자들의 이동도 본격화될 것”이라며 “특히 상품 비교가 쉬운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 시장이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여 약 70조 원(수입보험료 기준) 규모의 손해보험 시장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보험슈퍼마켓의 가장 큰 특징은 소비자들이 조건을 입력하면 한눈에 보험료를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보험 가입을 원한다면 차종, 연령, 가입경력 등을 입력하면 각 보험사의 보험료가 일목요연하게 펼쳐진다. 온라인 상품은 해당 보험사 홈페이지로 이동해 가입까지 끝낼 수 있으며 온라인 전용상품이 아닌 경우 안내된 전화번호로 연락해 가입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특히 자동차보험 시장에 미칠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분석한다. 자동차보험은 운전자들이 필수로 가입해야 하는 의무보험이며 1년마다 재가입해야 해 가입자들의 이동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 원재웅 연구원은 “영국도 2003년 온라인 보험판매채널 애그리게이터(Aggregator)가 도입된 이후 자동차보험의 온라인 판매 비중이 급증했다”며 “저가 자동차보험을 원하는 젊은층들이 보험슈퍼마켓을 많이 이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위는 보험슈퍼마켓 도입을 계기로 보험상품의 가격 경쟁이 본격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보험슈퍼마켓에 가격을 허위로 기재하는 보험사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보험슈퍼마켓을 통한 상품 판매를 금지하는 페널티를 부과하는 등의 후속 대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서비스 오픈 일주일 전인 23일 ‘핀테크 데모데이’ 행사에서 보험슈퍼마켓 시연회를 열고 사전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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