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 형들 곁에서 외롭지 않을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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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 포격 5년… 故서정우 하사-문광욱 일병, 연평해전 6용사 합동묘역 옆에 안장

해병대원들이 16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2010년 연평도 포격전 당시 전사한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 묘소에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사병 묘역 한가운데 있던 이들의 묘소는 이날 제2연평해전 전사자 합동묘역 옆으로 옮겨 새로 안장식을 열었다. 대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해병대원들이 16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2010년 연평도 포격전 당시 전사한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 묘소에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사병 묘역 한가운데 있던 이들의 묘소는 이날 제2연평해전 전사자 합동묘역 옆으로 옮겨 새로 안장식을 열었다. 대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우리 아들 광욱이, 이제 형들 곁에서 외롭지 않을 거예요.”

안개가 낮게 깔린 16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아들 문광욱 일병(당시 19세)을 잃은 이순희 씨(49)는 합동묘역으로 새로 마련된 아들의 자리를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연평도 포격 5주년을 앞두고 목숨을 바친 해병 서정우 하사(당시 21세)와 문 일병의 합동안장식이 이날 열렸다. 이들의 자리는 9월에 마련된 제2연평해전 6용사 합동묘역 바로 옆이었다.

“예전 자리는 천안함 46용사 합동묘역 맞은편이었어요. 대전현충원에 올 때마다 아들이 홀대를 받는다는 기분이 들곤 했어요. 이제라도 합동안장식을 하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합니다. 이제 또래 형들도 옆에 있어 광욱이도 든든할 거예요.”

합동안장식 시작 전에는 담담히 소감을 말했다. 하지만 봉안식에선 아들의 유골함을 안고 눈물을 참지 못했다.

“합동안장식을 하면서 다시는 안아보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던 아들을 안을 수 있었어요. 평소에도 가족을 많이 위하던 애였는데…. 지금 앞에 있다면 ‘천국에서 우리 가족들 모두 건강하게 보살펴 달라’고 말하고 싶어요.”

서 하사의 어머니 김오복 씨(55)도 안장식이 끝난 뒤 아들의 새 묘소를 어루만졌다. 김 씨는 “대전현충원이 내려다보이는 이곳에서 아들도 안식을 찾을 것 같다”며 “아들이 어린 나이에 떠나서 안타까웠고 때로는 억울했다. 이번 합동안장이 아이들의 희생을 다시 기릴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두 아이의 묘소가 북한의 무모한 도발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음을 일깨워 주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합동안장식에는 당시 연평부대 포7중대장이었던 김정수 소령도 자리를 함께했다. 김 소령은 “8월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 지뢰도발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적은 반드시 도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이러한 정신무장이 굳건한 안보태세 확립의 중요한 밑거름”이라고 강조했다.

두 전사자의 묘비 오른쪽에는 세로로 ‘2010(년) 연평도 포격전 참전’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군 당국은 연평도 포격 ‘도발’이라는 표현이 북한의 공격에 일방적으로 당한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포격전’으로 용어 수정을 추진 중이다. 당시 북한군은 2차례에 걸쳐 기습적으로 방사포(다연장포) 170여 발을 연평도에 무차별 포격했고 해병대는 13분여 만에 K-9 자주포로 80여 발의 대응사격을 했다. 당시 휴가를 떠나려던 서 하사는 포격이 시작되자마자 곧바로 부대로 복귀하다 적 포탄 파편에 전사했다. 문 일병은 가장 먼저 나가 전투 준비를 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우리 측의 사상자는 20명이었다. 북한군의 공식적인 피해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4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승춘 보훈처장은 “천안함 폭침과 달리 연평도 포격과 제2연평해전 두 사건은 우리가 당하지만 않고 응전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나란히 조성한 두 묘역을 찾는 분들은 그 의미를 되새기고 안보의식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연평 포격#연평해전#합동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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