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8개월동안 테러 5건 연루… 유럽 이슬람 테러리스트 양성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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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와의 세계대전]벨기에 서부도시 몰렌베이크, 인구 10만명중 30%가 무슬림
범죄율 높아 경찰도 진입꺼려… 벨기에 당국 “사실상 통제 불가”

프랑스 파리 동시다발 테러에 벨기에가 관련된 것으로 속속 드러나면서 벨기에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스트의 은신처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벨기에 수도 브뤼셀 서부 외곽도시 몰렌베이크 지역은 ‘유럽 극단주의 이슬람 테러의 전진기지’로 꼽히고 있다.

벨기에 경찰은 파리 동시다발 테러 용의자 중 2명이 몰렌베이크 지역에 거주하던 프랑스 여권 소지자라고 밝혔다. 테러 뒤 파리 바타클랑 극장 인근에서 범인들이 버리고 간 것으로 보이는 벨기에 등록 차량 2대에서는 몰렌베이크 지역 주차권이 발견됐다.

몰렌베이크는 최근 18개월 동안 국제적인 대형 테러사건 5건에 연루된 테러리스트들의 ‘양성소’로 악명이 높다. 올해 8월 파리행 고속열차 테러를 기도한 아유브 엘 카자니도는 이곳에 거주했으며 지난해 사망자 4명을 낸 브뤼셀의 유대인 박물관 테러범, 2004년 마드리드 테러범도 이곳 출신이다. 또 벨기에 베르비에에서 사살된 지하디스트 2명도 몰렌베이크에서 살았으며 올해 1월 파리 샤를리 에브도 테러 당시에도 벨기에 경찰은 이곳에서 조직의 대규모 테러 기도를 적발하고 총격전 끝에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추정되는 용의자 2명을 사살하고 1명을 체포했다.

몰렌베이크는 인구 10만 명 중 30%가 이슬람교 신자다. 브뤼셀 인근 13개 도시 평균 인구밀도의 2배에 이를 정도로 인구가 많은데 대부분은 모로코 등 북아프리카의 이슬람 국가 출신이다. 구역에 따라 주민의 80%가 북아프리카 출신인 곳도 있으며 범죄율이 높아 경찰도 함부로 못 들어가는 ‘게토화’된 도시다. 파리 테러 후 벨기에 당국은 몰렌베이크 구역은 사실상 ‘통제 불가’라고 인정했다. 얀 얌본 벨기에 내무장관은 15일 공영 VRT 방송에 “우리는 현재 몰렌베이크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도 “유럽의 테러 사건은 항상 몰렌베이크와 연계됐다”며 “우리가 너무 방심했으며 부주의에 대한 값을 치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15일 “현재 몰렌베이크는 1980년대 10년간 장기 집권했던 필리프 무로 좌파 시장 시대의 실패작”이라고 평가했다. 무로 시장은 북아프리카인들을 벨기에 사회에 통합시키는 정책에 무관심했으며 이후 30년 동안 이 지역 북아프리카인 수는 4배가 늘었다는 것. 신문은 “이 과정에서 북아프리카인들에게 벨기에 사회에 대한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키지 못했으며 이들을 받아들이기 위한 정책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몰렌베이크는 테러의 온상으로 자라났다”고 보도했다.

유엔 전문가그룹에 따르면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후 벨기에 청년 500명이 시리아나 이라크 내전에 가담했으며 이 중 77명이 전사했고 128명이 귀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벨기에는 유럽 국가 중 인구 대비 지하드(이슬람 성전) 참전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로 파악됐다고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테러#유럽#이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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