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시위로 피해’ 입증땐 선동단체 지휘부까지 연대책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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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격-폭력시위 관련 손배소 법원 판결 분석해보니

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대규모 폭력 시위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면서 정부가 강력한 대응에 나섰다. 불법 폭력 행위자는 물론이고 시위 주도 세력에 대해서도 형사처벌뿐 아니라 손해배상 책임을 철저히 묻기로 했다. 상습적인 ‘불법 시위꾼’에겐 재산과 급여 압류 등으로 이어지는 민사소송이 훨씬 고통스러운 대응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 불법 시위 민사소송, 대부분 국가 승소

정부는 경찰에게 폭력을 휘둘러 다치게 하거나 공용 물건을 파손한 시위자와 더불어 불법시위를 주도한 단체 대표 등을 상대로 소송을 낸다. 2009년 경기 평택 쌍용차 노조 공장 점거 시위 관련 단체와 개인을 대상으로 14억여 원을 청구한 이후 액수를 불문하고 피해 발생 시 그에 따른 민사상 책임을 묻고 있다.

법원은 폭력 등 불법 행위로 경찰이 인적·물적 피해를 입은 경우 대체로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 과정에서 공권력을 훼손한 시민단체를 상대로 경찰이 손해배상을 청구해 5230만 원을 받아낸 이후 24건의 민사소송에서 20건을 승소했다. 국가 승소 판결에서 법원은 직접 불법 행위를 저지른 시위자뿐 아니라 이를 주도하고 선동한 단체의 지휘부에 대해서도 연대책임을 지웠다. 나머지 4건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라 거의 모든 민사소송에서 이긴 셈이다. 사전에 허가받지 않은 구역을 불법 행진하려는 시위대를 저지하기 위해 경찰이 도로를 일부 통제하는 행위도 합법이라는 게 대법원 판례다.

이번 ‘11·14 시위’에 대한 손해배상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재판은 올해 4월 18일과 5월 1일 벌어진 세월호 참사 1주년 시위 관련 사건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는 약 2000개의 단체가 참여해 2개월에 걸쳐 벌어진 반면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세월호 시위는 소수 단체에 의해 단기간에 진행돼 책임자 규명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다.

○ 책임 소재 규명 어려울 수도

14일 집회처럼 참가 단체가 많을 경우 피해는 크지만 책임 소재를 묻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법원이 불법 행위와 피해 간에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쉽게 책임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폭력 시위자가 복면 등으로 얼굴을 가려 카메라로 채증을 했더라도 신원 확인이 쉽지 않다. 정부로서는 폭력 시위자가 시위 주도 단체 소속인지, 단체로부터 불법 시위 지시를 받았는지 등도 입증해야 한다.

2008년 5, 6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명분으로 열린 촛불시위는 부상 경찰 치료비 및 경찰버스 등 기물 파손 손해액만 5억 원이 넘지만 시위 참가 단체가 1838개나 돼 손해배상이 인정되지 않았다. 국가가 광우병국민대책회의 등 3개 단체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피해가 이 단체들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집회 주최 측이 불법 시위를 직접 지시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국가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 소송은 국가의 항소로 2심이 진행 중이다.

불법 시위를 벌였더라도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피해를 입었다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법원은 2011년 한미 FTA 반대 시위 당시 도로를 불법 점거했다가 경찰의 물대포에 직접 맞아 고막이 터지거나 뇌진탕을 입었다며 소송을 낸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80만∼120만 원씩 배상하도록 했다. 광우병 촛불시위 때 도로를 불법 점거하고 누워 있던 참가자들이 진압 과정에서 다쳤다면 손해의 60%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도 있다. 국가의 과잉 진압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난 주말 불법 시위로 발생한 경찰 장비 파손 등 국가 손해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책임자들에게 끝까지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 평화적 시위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동주 djc@donga.com·배석준 기자
#불법시위#선동단체#지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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