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한상준]예산소위 기막힌 ‘증원 꼼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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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전후반 선수 교체… 野, 매일매일 선수 교체

한상준·정치부
한상준·정치부
“어쩌면 이렇게 창의적일 수 있을까.”

1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산하 예산안조정소위를 보며 기자는 여야 의원들의 묘안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과정은 이렇다.

정부의 예산안을 심사하는 예결특위는 위원이 50명이나 된다. 이 가운데 예산을 줄이거나 늘리는 예산소위는 여당 8명, 야당 7명 총 15명으로 구성된다.

예산소위는 ‘꽃 중의 꽃’으로 통한다. 예산안에 반영된 사업을 빼거나, 새로 넣을 수 있는 막강한 권한 때문이다. ‘국유재산 관리기금’처럼 일반인에게 낯선 명목의 예산으로 지역에 생색을 내기도 쉽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선물’을 챙기기 위해 예산소위에 들어가려는 여야 의원들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결국 지난주 여야 원내지도부는 예산소위 위원을 여야 1명씩 늘려 17명으로 확대했다.

꼼수 증원을 놓고 비판은 거셌다. 김재경 예결특위 위원장조차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도 16명밖에 안 되는데 (예결위 산하) 예산소위가 17명이라니 말이 되느냐”며 여야 합의에 퇴짜를 놨다.

그러자 여야는 엉뚱한 해법을 내놨다. 예산소위에 8명을 임명한 새정치민주연합은 매일매일 선수를 교체하기로 했다. 8명 중 1명이 돌아가면서 매일 교대로 예산소위에 빠지도록 순번을 정한 것이다. 야당 몫은 7명이지만 사실상 8명을 예산소위 멤버로 다 활용하는 꼼수다.

새누리당도 ‘밥그릇 지키기’에 동참했다. 예산소위에 ‘전반-후반 선수교체’ 전술을 택한 것이다. 감액 심사에는 안상수 의원이, 증액 심사에는 안 의원 대신 이정현 의원이 참여하는 식이다.

결국 무늬만 여야 의원 15명일 뿐, 실제로는 17명의 의원이 예산소위에 이름을 걸어놓는 셈이다. 국회 주변에서는 “이러다 예산소위가 20명, 30명까지 늘어나는 것 아니냐”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왔다. 예산소위 관계자는 “정말 부끄러운 꼼수”라고 지적했다.

여야는 테러방지법을 비롯해 전·월세 문제 등 현안을 두고는 날카롭게 맞서고 있다. 하지만 예산소위처럼 이권을 챙길 수 있는 곳이라면 꼼수나 야합도 불사한다. 이런 국회가 정말 ‘국민을 위한다’는 국회인가.

한상준·정치부 alwaysj@donga.com
#예산소위#증원#선수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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