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사람 없는데 잔업도 못하면…” 뿌리산업 中企 ‘파견허용’ 호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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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조-금형-용접 등 6개 산업
2만7129곳서 48만명 일해… 직원 10명 미만이 66%

경남 김해시의 용접 중소기업 ‘한토’는 만성적인 인력난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직원 수는 36명. 용접업무는 주로 40, 50대 직원이 담당한다. 회사의 미래를 이끌 젊은이를 양성하기 위해 채용공고에 ‘학력불문’을 내걸고 청년을 모집하지만 지원자는 늘 미달이다. 결국 외국인 노동자를 10명가량 채용했다. 최기갑 한토 대표(한국용접공업협동조합 이사장)는 “일감이 몰릴 땐 직원들이 잔업을 하거나 외주업체에 일을 맡겨 겨우 납기일을 맞춘다”고 말했다.

노사정 대타협 이후 국회에 제출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토는 잔업시간마저 대폭 줄여야 한다. 법정 근로시간이 주당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지금도 사람을 못 구하는데 근로시간이 줄면 일은 어떻게 처리하느냐. 일이 몰릴 땐 일감이 적은 회사의 인력을 파견받아서라도 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파견법은 한토와 같은 ‘6개 뿌리산업’(주조 금형 용접 소성가공 표면처리 열처리)에는 파견을 허용하지 않지만 여당은 파견업무 허용 대상을 뿌리산업 등으로 확대하는 파견법 개정안을 9월 발의한 상태다.

반면 노동계는 “파견업종을 확대하면 사용자들이 정규직 대신 파견노동을 더 선호하게 돼 전체 비정규직 규모를 확대시킨다”며 뿌리산업의 파견 확대를 반대하고 있다.

뿌리기술을 활용해 매출액의 50% 이상을 올리는 뿌리기업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총 2만7129곳, 종사자는 48만 명에 이른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제조뿌리산업부장은 “한국산 제품이라면 어떤 제품이든 6개 뿌리산업을 모두 거쳐야 한다. 지금도 인력난에 시달리는데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납기일을 맞출 수가 없어 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파견을 허용해 다른 업체 인력이라도 쓸 수 있게 출구를 찾아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뿌리산업

‘주조, 금형, 용접, 소성가공(塑性加工), 표면처리, 열처리’ 등의 공정기술을 활용해 사업을 하는 업종으로, 나무의 뿌리처럼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제품에 내재돼 제조업의 근간을 형성한다는 의미로 명명됐다. 뿌리기술을 활용해 매출액의 50% 이상을 올리는 기업을 ‘뿌리기업’으로 부른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잔업#사람#중견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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