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방북… 유엔 “더 할말 없다”… 靑 “전혀 몰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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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총장 11월 셋째주내 방북”]방북발표 방식-시기 논란

평양 식료품공장 찾은 김정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평양 어린이식료품공장을 찾아 현지지도를 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14일 이 공장을 현대화의 본보기 공장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김양건 중앙위원회 비서, 오수용 비서 등이 동행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평양 식료품공장 찾은 김정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평양 어린이식료품공장을 찾아 현지지도를 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14일 이 공장을 현대화의 본보기 공장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김양건 중앙위원회 비서, 오수용 비서 등이 동행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 발표 방식과 시기 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소식은 15일 오후 5시 37분(현지 시간) 연합뉴스 뉴욕 유엔본부발 기사로 알려졌다. 올 5월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 계획이 북한의 거부로 취소된 뒤 그의 방북 재추진은 유엔 안팎의 주요 관심사였다. 그렇게 중요한 뉴스가 반 총장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터키를 방문하고 있는 사이에, 그것도 뉴욕 시간으로 일요일 저녁에 터져 나온 것이다. 유엔 안팎에선 “파리 테러로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인 상황에서 유엔 사무총장의 평양 방문은 뜬금없어 보인다”는 반응이 나왔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15일 오후 6시 15분경 “반 총장 평양 방문 보도의 사실 여부를 확인해 달라. 내용이 맞다면 방북의 의미를 설명해 달라”는 기자의 e메일 요청에 ‘We have no comment(아무 할 말이 없다)’는 네 단어의 답변을 보내왔다. 반 총장의 한국인 측근 그룹에 속하는 오준 주유엔 대표부 대사도 기자에게 “이야기할 게 없다. 사무총장실에 직접 문의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반 총장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원수 유엔 군축담당 사무차장은 밤새 전화를 받지 않았다.

6개월 전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이 추진될 당시에는 오 대사와 김 사무차장이 방북 예정일 일주일 전에 뉴욕특파원들을 상대로 브리핑을 하고 공식 발표 때까지 엠바고(보도자제)를 요청한 바 있다. 이번 방북 소식이 전해진 뒤 유엔출입기자협회(UNCA) 회장인 잠파올로 피올리 씨에게 “총장 측과 유엔 공동취재단 구성을 논의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대변인이 보도 내용을 부인한 것으로 안다. 그 외에는 아는 게 없다”고 답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반 총장의 방북 계획을 사전에 알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처음 듣는 얘기다.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통일부도 “반 총장의 방북 신청이 접수된 게 없다”고 밝혔다.

그사이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반 총장이 이번 주 평양을 방문한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에 대해 유엔은 ‘노코멘트’다”라는 기사를 앞다퉈 내보냈다. 유엔 소식통은 “북한 관련 뉴스는 한국 언론이 더 정통하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인용 보도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유엔 사무총장실의 공식 반응은 이날 밤 12시가 다 돼서야 나왔다. 홈페이지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한반도의 (남북)대화, 안정과 평화 증진을 돕기 위해서 어떤 역할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늘 말해왔다. 북한 방문 계획과 관련해서는 현재로서는 더 할 말이 없다’는 내용을 올렸다. 16일 새벽에야 전화가 연결된 김 사무차장은 “대변인 성명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사안을) 조심스럽게 잘 다뤄 달라”는 얘기만 반복하며 방북 성사 여부나 구체적 시기에 대해선 일절 함구했다.

반 총장 측의 알쏭달쏭한 태도는 궁금증을 해소해 주기보다 더 복잡하고 다양한 추측을 낳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개성공단 방문이 무산된 뒤 평양 방문이 추진돼온 것은 분명하고, 그 시기는 올해를 넘기면 안 된다는 관측이 유력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의 임기는 내년 말인데 올해가 지나면 유엔 안팎의 관심은 급격하게 차기 총장이 누구인가에 쏠릴 가능성이 높다. 12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1)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새로운 국제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따라서 반 총장이 11월에 방북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유엔 주변에서 끊이지 않았다.

반 총장 측은 5월 개성공단 방문 추진 전까지는 방북설이 보도되면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후속보도를 막는 언론 대응 전략을 구사해왔다. 그 때문에 한국 측 인사들로부터 “‘언제든 방북할 수 있다’고 하면서 방북설은 강하게 부인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자꾸 그러니까 ‘방북 의지가 진짜 있긴 한 거냐’는 의구심을 낳는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번 방북 예정 보도에 대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어떤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늘 말해왔다”는 원론적 답변을 낸 것은 이런 비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방북#유엔#반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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