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광객 늘어 호텔업 호황” 국내 큰손들 해외투자 러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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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시대 대체투자처 각광

한국의 기관투자가와 기업들이 최근 높은 수익률을 노릴 수 있는 해외 호텔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왼쪽부터 한국투자공사(KIC)가 투자한 홍콩의 ‘인터콘티넨털 홍콩 호텔’, 호텔롯데가 보유한 미국 뉴욕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인수한 미국 하와이 ‘페어몬트 오키드 하와이’. 각 업체 제공
한국의 큰손 투자자들이 해외 호텔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초저금리와 경기 불안으로 주식 등의 수익률이 떨어지자 대체투자의 대상으로 글로벌 호텔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투자 흐름에는 중국인 해외 관광객이 큰 폭으로 늘면서 호텔업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호텔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기관투자가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다. 미래에셋은 올해 3월 미국 하와이 소재 리조트 호텔 ‘페어몬트 오키드 하와이’를 2억2000만 달러(약 2574억 원)에 인수했다. 9월부터는 4억5000만 달러(약 5265억 원)에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페어몬트 호텔’을 인수하는 협상도 진행하고 있다. 앞서 미래에셋은 2013년 호주 시드니의 ‘포시즌스 호텔’을 인수하기도 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대형 오피스 빌딩 중심이던 대체투자 시장의 투자 대상이 호텔, 물류센터, 쇼핑몰, 기숙사, 실버타운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은 올해 10월 문을 연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도 펀드와 계열사 자금 등 5300억 원을 투자했다.

중소형 금융투자업체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펀드 등 간접적인 형태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한국투자공사(KIC)는 지난달 컨소시엄을 구성해 9억4000만 달러(약 1조998억 원) 규모의 ‘인터콘티넨털 홍콩 호텔’ 인수에 참여했다. 호텔롯데도 올해 5월 미국 뉴욕의 ‘더 뉴욕 팰리스 호텔’을 8억500만 달러(약 9418억 원)에 사들였다.

호텔이 이렇게 투자가들의 눈길을 끄는 건 연 5% 정도인 오피스 빌딩의 기대수익률보다 높은 수익률 때문이다. 호텔은 객실 가동률이 시장 상황에 따라 변해 장기 임차인 중심의 오피스 빌딩보다 시장 위험이 크지만 수익률은 높다. 여기에다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호텔 수요가 함께 증가할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는 지난해 9730만 명이었던 중국인 해외 여행객이 2020년 약 2억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중국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으로 향하는 관광객 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호텔 투자가 각광을 받으면서 좋은 매물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큰손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중국계 자본이다. 올해 중국 안방보험그룹은 미국 뉴욕의 고급 호텔인 ‘월도프 아스토리아’를 19억5000만 달러(약 2조2815억 원)에 매입했다. 다른 중국 보험사인 양광보험그룹은 올해 5월 미 뉴욕의 ‘바카라 호텔’을 2억3000만 달러(약 2691억 원)에 사들였다. 최근에도 중국 회사 3곳이 세계 1200여 개 호텔을 보유한 120억 달러(약 13조9200억 원) 규모의 글로벌 호텔 체인 ‘스타우드 호텔&리조트’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공제회의 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중국이 자국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세계 주요 호텔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량 매물을 찾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명성과 입지, 높은 객실 가동률, 적당한 가격을 충족하는 호텔은 극히 드물고 매각 정보를 입수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호텔 인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은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연기금을 비롯해 외국계 국부펀드들까지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호텔 등의 대체투자를 늘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유커#큰손#해외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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