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와 힘겨루기 나선 위안화… 中 이번엔 ‘금융 굴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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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사실상 국제기축통화로, IMF 특별인출권 편입 여부… 30일 집행이사회서 최종확정
英-佛-獨 “지지”… 美-日은 비판적, 英-日보다 높은 13~16% 비중 전망

《 중국 위안화가 30일 국제통화기금(IMF) 집행이사회에서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위안화 편입을 지지하고 있고 당초 비판적이던 미국 일본도 입장을 바꿔 편입에는 큰 장애가 없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올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에 이어 위안화의 SDR 편입으로 다시 한번 ‘금융 굴기’를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

중국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 편입이 임박했다. 30일 열리는 집행이사회에서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면 위안화는 국제기축통화 중 하나가 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달러가 독주해 온 국제 화폐 질서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2010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된 뒤 ‘숙원’을 이뤄 위안화 국제화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

중국은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세계은행(WB)에 맞서 올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을 주도한 데 이어 위안화의 SDR 편입에 성공함으로써 달러와의 화폐전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 위안화, 5년 만의 숙원 달성

IMF는 13일 “위안화의 SDR 편입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 집행이사회에 위안화의 SDR 편입을 제안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실무 보고서를 발표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실무진의 판단을 지지한다. 이 문제를 다룰 집행이사회를 30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집행이사회가 위안화의 SDR 편입을 공식 결정하면 위안화는 달러 유로 파운드 엔화에 이어 5번째로 기축통화로 인정받게 된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위안화의 SDR 편입은 SDR의 대표성과 매력을 높이고 현재의 국제 금융 체제를 개선하는 데도 기여해 중국과 전 세계에 혜택을 줄 것”이라고 IMF의 보고서에 환영을 나타냈다.

중국은 2010년 처음 위안화의 SDR 편입을 신청했으나 그해 11월 “위안화는 자유태환(주요 통화와의 자유로운 교환)이 원활하지 않은 등 외환시장에서 ‘자유로운 거래’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올해 4월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은 “위안화는 아직 부적합한 것 같다”고 말하고, IMF도 8월 4일 “편입에 따른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혀 5년마다 SDR 편입을 심사하는 올해 심사에서도 편입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 주도의 AIIB 출범과 관련해 영국이 5월 말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입을 선언해 프랑스 독일 호주 등 서방국가들이 잇따라 가입한 것처럼 이번에도 영국이 분위기 전환에 큰 역할을 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영국을 방문 중이던 지난달 말 영국은 위안화의 SDR 편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도 최근 잇달아 베이징을 방문해 위안화의 SDR 편입 및 IMF 개혁 등에 찬성을 나타냈다.

위안화가 SDR에 편입되려면 회원국 의결권의 70%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미 코넬대 교수(전 IMF 중국사무소장)는 “미국과 일본이 비판적이지만 IMF의 긍정적인 검토 보고서를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화의 국제결제통화 비중은 2010년 0%였으나 올해 8월 2.79%까지 올라 엔화(2.76%)를 제치고 달러와 유로, 파운드화에 이어 4위로 올랐다. 이제 위안화가 SDR에 편입될 경우 비중이 얼마나 될지가 관심사다. 영국 파운드화나 일본 엔화보다 높은 13∼14% 혹은 14∼16%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에 편입 결정이 내려져도 실제로는 내년 9월 30일 편입이 이뤄져 중국에 준비 시간을 줄 것이라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했다.

중국은 위안화의 SDR 편입과 함께 현재 6위에 머물고 있는 IMF의 의결권 비중 조정 등 개혁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 ‘위안화 기축통화’의 명예와 실리

중국은 위안화의 SDR 편입으로 ‘기축통화’라는 명예를 얻을 뿐만 아니라 실리도 누리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국 화폐를 무역에 사용해 거래 비용이나 환 리스크가 줄어들고 자금 조달도 쉬워지기 때문이다. 점차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는 중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 세계 무역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이 더욱 높아지고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중 위안화 표시 채권 비중이 늘어나는 등 위안화 국제화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은 전 세계 중앙은행이 가진 외환보유액의 9%가량인 1조 달러(약 6조3000억 위안)가 위안화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달러화를 사용해 온 아시아 국가들의 위안화 사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서방 국가와 일부 개발도상국 등이 위안화의 SDR 편입을 지지하는 것은 중국 경제의 위상이 올라간 것을 금융 측면에서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미국이 달러 패권을 휘두르는 것에 대한 반감도 작용했다.

특히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고, 자국 경기가 회복한 뒤에는 이자율 인상으로 출구전략에 나서려 하는 등 국제 금융을 쥐락펴락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없지 않다.

하지만 중국도 높아진 위안화의 위상을 이용해 급격한 환율 및 이자율 조정에 나설 경우 한국 등 주변국에 불안정한 상황을 만들 우려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으로서는 위안화 위상 강화로 중국 실물 경제가 강해지면 대중 수출 증대 등 긍정적인 영향이 있지만 급격한 환율 변동 등이 일어나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양면성이 있다.

:: SDR ::


IMF가 1969년 국제준비통화인 달러와 금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가상 통화로 IMF는 ‘국제준비자산’으로 표현. IMF 회원국이 외환위기를 겪을 때 담보 없이 필요한 만큼의 외화를 인출할 수 있는 권리. SDR의 가치는 각 구성 통화의 가치를 가중 평균해 산정하며 현재 1SDR는 1.38달러가량.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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